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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Sep 20. 2023

노동의 상실

좋은 일자리라는 거짓말

열심히 일하면 좋은 일자리를 얻고, 성공할 수 있다는 허상으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와, 그 안에서 기꺼이 노동과 삶의 통제권을 상실하고 반강요된 자기 계발과 자기 착취로 소모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우리가 살아가는 종류의 사회에서 일자리를 가지는 건 필수다. 아주 부유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살아가기가 무척 어렵다. 그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다. 직접적 강압에 의해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 구조가 반드시 일을 해야만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실업을 당할 경우 다음 달 월세를 내지 못하는 가구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다. 경기침체기에는 임금과 근무 위치가 전과 비슷한 질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징벌적인 복지 제재와 도덕적 비난을 받게 된다. 쥐꼬리만 한 복지수당을 받게 된다는 위협, 집을 잃게 된다는 위협이 우리를 나쁜 대우에 취약하게 만든다. 거의 언제나, 우리는 일자리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 일터에 들어가는 것은 자유가 아니며, 일터에 있는 동안 우리 시간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 <서문: 일의 환상> 중에서


노동력을 재생산하려면, 노동자가 다음 날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하려면, 최소한의 신체적, 생리적 필요(음식, 주거지, 편안함)가 충족되어야 한다. (중략) 사회적 재생산의 큰 부분이 시장이 아닌 가정에서, 여성에 의해, 돈을 지출하지 않고 이루어진다.
- <2장 ‘일’에 맞서기> 중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거처로 삼고 ‘즐기며 사는’ 스타트업 직원은 어떤 면에서 현시대 경제의 전형이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선택받은 소수를 대표하기도 한다. 이는 현시대 일의 세계가 점점 더 양극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특전을 제공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일을 즐기고 고용주를 친구나 가족처럼 여기라고 기대받는다. (중략) 새로운 일은 - 포드주의의 지루함에서 촉발되었다고들 하는 새로운 일은 - 유연하고, 감정 관리를 기반으로 하며(이때 감정은 노동자의 감정과 고객의 감정 둘 다에 해당한다),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간 공급사슬 곳곳의 탈중앙 화한 ‘팀’에 의해 행해진다. 일은 이제 비공식적인 외양을 덮어쓴다. 일자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사회자본과 묶여 있으며 사교와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일은. 친구가, 심지어는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주장한다.
- <3장 새로운 일의 역설> 중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일은 우리가 살아가고, 서로를 대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일일 노동시간은 점점 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제 일은 단순히 정해진 시간에만 하는 활동이 아니다. 일은 자본주의 착취가 일어나는 과정이며, 자본주의를 지속시키는 주된 제도의 하나다. 일이라는 과정은 특정한 일터에서 개별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세상 자체를 만들어낸다. (중략) 일은 자원의 구조적 불평등을 필요로 하며, 억압적 규범과 권력의 불균형을 이용하고 재생산한다. 일은 특히 계급과 소유, 젠더와 인종이 관련된 다양한 구조적 불평등 관계에 의존하고 있으며 불평등을 강화시킨다.
- <6장 일은 사회에게 무엇을 하는가> 중에서


많은 이들에게 일터에서의 개인적인 저항은 대체로 반복적 업무를 하며 느끼는 지루함과 일터의 노골적인 멍청함으로 인해 느끼는 좌절감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다.
- <7장 유령과 게으름뱅이: 일터에서의 저항> 중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일은 노동자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그렇게 설계되어야만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은 기대한 것과 달리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수단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모독이다 - 우리 삶을 갉아먹는 무언가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새로운 변경을 찾아내야 하고 이윤을 보존해야 하므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더 깊이 연루되고 그에 수반되는 권력관계에 빠져든다 - 노동자 사이의 관계, 고용주와의 관계 그리고 노동자를 감시하는 관리자와의 관계에.
- <결론: 일을 하기 위해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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