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완 카이스트 교수
인공지능은 사람의 뇌를 흉내 내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과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겨우 1%의 유사성이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일 뿐이고 실제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방식과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딥러닝 이전 초기 인공지능은 뇌의 '동작'을 닮고 싶어 했다면, 신경망 구조로 이루어진 딥러닝 인공지능은 아예 뇌의 일부 '구조'를 흉내 내어 비슷한 동작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뇌의 구조와 동작을 차용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일 뿐 어마어마한 복잡도를 효율적으로 구현한 (인간지능은 인공지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에너지로 아주 추상적이고 유연하게 기능한다) 인간의 뇌는 아직 완전하게 연구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충분하기만 하다면 그 원리나 구조가 인간의 뇌와 동일하게 구현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인공지능 연구를 통해서 뇌의 기능을 유추하고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워크스테이션 기준)은 무게가 최소 10kg이 넘고 시간당 1000 watt 이상(약 800kcal)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에 비해 인간의 뇌는 1kg이 약간 넘는 가벼운 무게로 시간당 약 20kcal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를 비교해 보면 뇌가 적어도 400배 이상의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각각의 작업(물체 인식, 로봇 제어 등) 별로 학습시켜야 하는 데 비해, 인간의 뇌는 단일 개체로서 수많은 일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따져보면 인간이 뇌는 현재 인공 신경망에 비해 적어도 몇만 배 이상의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 <2장 현재의 성공이 미래의 실패가 되다> 중에서
앞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면 뇌의 전략 운용 방식이 꽤 복잡한 것 같아 보이지만, '뇌는 벨만 방정식을 풀고 있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뇌가 풀어내는 벨만 방정식은 알파고가 풀어내는 벨만 방정식과 무엇이 다를까요? 한마디로 문제를 보는 스케일이 다릅니다. 알파고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행동을 선택'해 문제를 풀고 있다면, 뇌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선택'해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뇌는 벨만 방정식으로부터 여유 있게 한 발 떨어져 있음으로 인해, '사건' 중심에서 '상황' 중심으로, 그리고 '문제'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중략) 모델 프리, 모델 기반 등 특정한 한 가지 학습 방법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난 전두엽의 메타학습 방식을 이용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이제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 아닌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상황 대처 방식을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 생기며, 앞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닌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 자체를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문제 해결 전략을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두루 잘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 <7장 미래를 내다보며 과거를 바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