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제목에 비해 책은 살짝 아쉬웠지만, 제목이 아주 많이 마음에 들어 여러번 곱씹었다.
이 책이 인생의 허무를 정말로 어떻게 해주길 바랬는데.
나를 구원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언제나 나는 책에서 구원을 기대하지만 신기루처럼 잡힐 듯이 사라진다.
연말연시가 되면 잡지사에서 연락이 오곤 한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독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을 써달라는 원고 청탁이다. 답장을 쓴다. "절망을 밀어낼 희망과 위로를 말할 자신이 없어 사양합니다. 너른 양해 바랍니다." 희망이 없어도, 누구나 자기 삶의 제약과 한계를 안고 또 한해를 살아가야 한다. 묵묵히 자신의 전장에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지상의 천국은 새해에도 오지 않을 것이므로, 자신의 사적인 평화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 <시간 속의 삶> 중에서
지나친 여가는 인간을 공허하고, 무료하고, 빈둥거리고 낭비하게끔 만든다.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다. 일로부터 벗어나야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 공부하는 삶이 괴로운가? 공부를 안 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공부를 하는 게 구원이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게 괴로운가? 사람을 안 만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구원이다. (중략) 목표로 할 것은 이 하기 싫은 일을 해치우고 보상으로 받을 여가가 아니다. 구원은 비천하고 무의미한 노동을 즐길 만한 노동으로 만드는데서 올 것이다.
- <삶의 쳇바퀴를 사랑하기 위하여> 중에서
낙방은 낙방. 실연은 실연. 패배는 패배. 현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인지와 납득은 다르다. 낙방, 실연, 패배를 인지했다고 해서 마음이 곧바로 그 고통스러운 현실을 선뜻 납득하는 것은 아니다. 마침대 마음이 그 불편한 현실마저 수용해냈을 때 그것이 바로 정신승리다.
- <정신승리란 무엇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