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할 것인가 몰락할 것인가 해답은 인구에 있다
20세기의 인구 증가가 기하급수적이었다면, 21세기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차별적 인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인구는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고령화된 사회가 됐다. 또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 간 기대수명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 <서론> 중에서
동아시아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급격한 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다. 그 결과, 정부와 각 가정은 줄어든 부양가족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청년 노동자층의 증가와 소득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동아시아를 세계의 유력 지역으로 급상승하게 만든 경제 기적의 33~44퍼센트가 이러한 인구 변화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중략)... 1960년에 인구가 약 2,600만 명으로 동일했던 이집트와 한국이 그 이후에 얼마나 운명이 달라졌는지 언급하며 한국의 가족계획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2008년 기준 한국의 인구가 4,800명으로 늘어날 동안 이집트의 인구는 8,000명으로 1960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이 경제 발전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는 반면에, 이집트는 인구와 자원의 불균형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인구 증가 때문에 경제 발전이 저해되고 사회적 불안정이 야기되었다고 주장했다.
- <서론> 중에서
인구통계학자들이 인구 변천이라고 부르는 인구 증가 단계는 다음의 4단계로 이루어진다.
1. 출산율과 사망률이 모두 높고, 전체 인구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 단계
2. 보건정책이 강화되고 사망률이 하락해서 인구 증가율이 높아지는 단계
3. 출산율이 하락해서 인구 증가 추세가 다소 느려지는 단계
4. 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낮은 수준으로 안정되며 인구 증가 속도가 크게 느려지는 단계
대체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은 아직 첫 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사라하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일부 국가들이 이에 해당되거나 사망률이 하락하기 시작하는 두 번째 단계에 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4단계를 지나 인구 변천이 완료됐으며 인구 고령화에 진입했다고 평가된다. 한 여성이 일생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하고,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은 2.1명으로 계산하는데, 국가의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이면 인구 고령화 사회로 간주한다.
대체출산율인 2.1명을 밑도는 합계출산율을 가진 나라들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야 함과 동시에 이민 등을 고려한 인구 감소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아직 충분히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 나라라면 더욱 도전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인구 변천 단계의 과정 중에 있는 나라라면 인구배당효과라고 부르는 인구 변천 과정의 긍정적 활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높은 출산율 사회는 이른바 연령 구조가 젊기 때문에 대체로 20세 미만 인구의 비율이 매우 높다. 청년이 많은 사회에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대규모 청년 집단이 있는 나라들은 대개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에 국내 정치가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 (중략) 나라를 불문하고 성인이 된다는 것은 유의미한 일자리를 찾으려 애쓰고, 부모로부터 독립된 가정을 꾸리고, 정치적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 되는 뜻이다. 청년들이 이 세 가지 영역에서 그들의 기회가 제한되거나 차단되었다고 믿는다면 정치과 경제, 사회적 변화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1장 인구학으로 바라본 혁명의 조건> 중에서
젊은 인구 구조에서는 혁명의 가능성이 높고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하기 쉽다. 또한 부양할 청소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젊은 인구 구조가 마냥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복합적인 압박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메리 브린턴과 이동주 두 명의 연구자는 산업화 이후 사회의 낮은 출산율은 여성에게 가정 밖에서 일하도록 장려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아이를 동보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엄마라는 상충된 위치를 강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중략) 그 결과 여성들은 대개 자녀를 하나나 둘만 낳거나 출산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동서양센터가 2009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산율이 낮은 일본의 가임 연령층 부인들의 가사노동시간은 일주일에 27시간인 반면에, 남편들은 3시간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기혼 여성들의 대다수가 남편과 마찬가지로 직장 생활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데도 말이다. (중략) 마찬가지로 한국의 많은 젊은 세대들이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사교육비 때문에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 <2장 고령화는 반드시 재앙인가> 중에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인구 고령화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인구 증가와 그만큼 늘어난 소비 때문에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를 오염시키고, 화학물질은 강의 흐름을 막고 있으며, 대기는 온실가스로 채워졌다. 장기적으로 보면, 선진국 소비자의 감소는 지구와 미래 세대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 우리의 출산 패턴은 가족 구성원의 양보다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감소가 인간이 마침 더 작은 가족에 안전감과 만족을 느끼게 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이를 비극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경솔한 판단일지 모른다.
- <2장 고령화는 반드시 재앙인가> 중에서
고령화 사회를 나쁘다고만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비는 필요하다. 노년부양비라는 개념은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가능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데 인구 고령화 사회에서는 65세 이상의 인구를 모두 부양대상으로만 간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구 구조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민자의 유입이나, 은퇴연령의 상향 조정, 사회보장혜택의 하향 조정, 기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대 등의 방법이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80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중간 단계의 연령 구조를 가진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나라들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앞서 2장에서 본 것처럼 그 나라들은 고령화된 국가의 대열에 합류하는 과정 중에 있다. 이제 곧 많은 나라에서 기회의 창은 영원히 닫힐 것이다. 지역 차원에서 보면,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메리카는 중간 단계 연령구조의 초입에 해당한다. 상위 중간소득 국가들(멕시코, 쿠바, 코스타리카, 터키를 포함하는 국가군)은 평균적으로 중간 단계 연령 구조의 말단에 해당한다.
- <6장 예정된 미래, 그러나 열린 결말> 중에서
이 책은 출생, 이주, 죽음을 중심으로 인구 구조 변화의 단계와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적절한 대비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주제는 좋은데 다 읽고 보니 뻔한 서술인가 싶기도 하고, 번역 후에 퇴고가 덜 되었는지 비문이 더러 있어서 약간 거슬렸다.
서점에서 몇 권의 책 중에 고르다가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은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보지 싶어 이 책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를 구매했는데 서평이 좋은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