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더 만족하게 만드는가
이 책은 작가인 독일의 사회학자 마틴 슈뢰더가 8만 5천 명의 독일인을 대상으로 1984년부터 수십 년간 삶의 만족도에 대한 64만 건의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통해 한 사람의 생애에서 만족도의 변화 추적, 특정 그룹 간의 비교 등을 수행하여 얻은 유의미한 통계와 분석결과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막연한 개념인 행복은 수치화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구체화된 감정인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은 보다 일관되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책에서는 교육, 소득, 재산, 결혼, 성격, 외모, 건강, 가족, 사회적 관계, 삶의 목표, 성적 지향, 지능 등 다양한 조건들과 만족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자녀가 부모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 세계적인 경향을 보면 그 반대가 사실이다. 자녀가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불만족도가 더 높고 자녀 출산 후 불만족도가 더 높아진다. (중략) 자녀 자체는 만족도를 높여주지만 그로 인한 소득 상실은 불만족을 부른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상쇄되기 때문에 출산 후에 더 행복하지도, 더 불행하지도 않게 된다. 자녀 출산의 장단점을 늘어놓은 뒤라 병 주고 약 주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냥 편하게 생각해라. 옳고 그른 건 없다. 자녀를 가지든 안 가지든 장단점은 서로 상쇄된다. 자녀가 생기면 키우면 된다. 어차피 만족도는 별 차이가 없다.
- <2장 | 가정, 반드시 꾸려야 할까> 중에서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는데도 돈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에 빠져 있다. 더 늘어난 돈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사실은 모른 채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고 돈은 헛되이 사라진다. 여러분의 친구들이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는 바하마 여행, 큰 자동차, 넓은 집 등이 그들의 만족도를 높여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낡은 자동차를 몰고 발트해로 소박한 휴가를 떠나더라도 만족도에 끼치는 영향은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더 많은 소득이 여러분을 더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가령 싱글은 2,000유로, 부부는 3,400유로, 소가족은 4,400유로, 4인 가족은 5,400유로일 때나 맞는 말이다. 여타 연구에서 대략적으로 소득이 2배가 될 때마다 만족도도 비슷하게 상승한다고 나타났다. 이처럼 만족도가 현저히 높아지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 <3장 | 돈, 얼마나 벌어야 할까> 중에서
기본 생활을 누릴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소득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을 때, 동일한 규모의 소득 증가로는 만족도가 그다지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늘어난 소득 수준만큼 동일한 비율로 더 많은 소득 규모가 증가하면 그만큼 만족도가 증가한다는 얘기로 동일한 비율의 소득 증가는 동일한 수준의 만족도 상승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이 더 많이 증가하면 만족도도 증가한다. 안 할리가 없지!! -ㅁ-
남성은 여성보다 더 벌면 만족도가 높아지고 적게 벌면 불만족도가 매우 높아진다. 남편이 총소득의 10퍼센트만 벌면 불만족도가 5점 더 높아진다는 사실은 지금껏 살펴본 결과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남편은 아내보다 돈을 적게 벌면 만족도가 훨씬 떨어지고, 많이 벌면 아주 약간 높아진다.
아내의 경우 결과는 더 흥미롭다. 이들은 남편보다 적게 벌 때 만족해한다. 가장 이상한 점은 남성과는 반대로 반려자보다 더 많이 벌면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불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부부의 총소득 중 대부분을 버는 여성은 남편과 비슷하게 버는 여성보다 불만족도가 약 3점 더 높다.
황당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소득이 더 많을 때 양쪽 모두에게 더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3장 | 돈, 얼마나 벌어야 할까> 중에서
여러 가지 점에서 흥미로운데, 남성은 본인 소득이 여성 배우자보다 적으면 불만족하고, 여성은 남성배우자의 소득이 본인 소득보다 적으면 불만족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이다. 책에서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규범이, 성공한 남성 또는 가정적인 여성이라는 매력적인 배우자 상을 따르는 것에 대한 만족감(또는 거스르는 것에 대한 불만족감)을 주는 요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이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과거와 최근 시기의 연구 데이터에서 모두 남편이 돈을 더 많이 벌 때 남편과 아내 모두 만족도가 더 크게 보인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남편이 돈을 더 많이 벌 때 남편과 아내의 만족도는 '약간'만 높은 수준이지만, 아내가 더 많이 벌 때 남편과 아내의 만족도가 '크게' 하락하는 점이다. 전통적인 규범을 따르는 것에 대한 만족감의 크기보다, 거스르는 것에 대한 불만족감의 크기가 훨씬 큰 것일까.
하지만 아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높은 경우 발생하는 불만족도를 가계의 총소득이 높아져서 생기는 만족감으로 상쇄할 수도 있을 텐데, 책에서는 아내의 불만족도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4만 8,000유로(약 6,820만 원)의 추가적인 연소득이 필요하고, 남편의 불만족도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15만 유로(약 2억 1,314만 원)의 추가적인 연소득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일단은... 동일한 소득 수준일 때 총 가계 소득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소득 기여도와 만족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조사 결과가 있다고 보면 되겠다. 내 생각엔, 누가 벌든 합쳐서 많이 벌면 제일 좋은 것 같다 -ㅁ-.
그리고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보다는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때 (확신을 가지기에는, 가끔은 동의되고 가끔은 절망스러운 현상들이 여전히 섞여있다) 위의 조사 결과의 경향성도 과거보다는 약화되고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해 본다.
자녀가 없는 기혼 남성과 마찬가지로 자녀가 있는 기혼 남성도 근무 시간이 늘면 만족도가 급상승한다. (중략) 더 이상한 건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의 경우 남편이 집을 오래 비울수록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중략) 반면 남편의 만족도는 아내의 근무 시간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기혼 남성은 근무 시간이 늘어난 반면 소득은 더 늘지 않더라도 만족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중략) 남성은 실업수당을 받거나 실업자가 되면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데, 심지어 여성 실직자보다 그 수치가 더 낮다. 남성은 실업 상태에서 불만족도가 더 높아지지만 여성은 실업 상태가 수년간 지속돼도 만족도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 데이터는 남편이 전업 주부일 때 대체로 불만족도가 높아지지만 여성은 일할 때만큼이나 전업주부로 지낼 때도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3장 | 돈, 얼마나 벌어야 할까> 중에서
근무 시간이 늘면 소득이 증가하는 편이므로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히 납득이 된다. 하지만 기혼 남성의 경우 근무 시간이 늘어났지만 소득이 늘지 않는 경우에도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설명하려면 근무 시간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거나 집안일을 덜 하고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줄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학력이 더 높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만족도가 더 높다. 적어도 대학 교육의 경우 이 같은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중략) 교육 수준이 높은 낮든 소득이 같은 사람들을 비교하면 만족도가 거의 비슷했다. 응용학문대학이나 종합대학을 졸업한 경우 학위를 통해 소득이 높아지면 만족도도 높아진다. 기존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도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 대학 졸업장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게 해주는 한 만족도를 높여주는 좋은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내심 다른 결과가 나오길 바랐다. 대학 교육 자체만으로도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결론이었다면 더 기뻤을 것이다.
- <3장 | 돈, 얼마나 벌어야 할까> 중에서
직장과 월급을 고정했을 때 휴가 일수에 따른 한 사람의 만족도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어떤 직업이든 소득이 얼마든 5일 이상의 휴가는 만족도에 별반 이득이 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휴가가 만족도를 높이는 건 맞지만 휴가의 긍정적인 효과는 휴가 일수와 무관하게 직장에 복귀한 첫 주에 곧바로 사라진다. 짧은 휴가를 여러 번 가는 것이 어쩌다 한 번 휴가를 가는 것보다 삶의 만족도에 더 유익하다.
- <4장 | 관계, 친구는 많을수록 좋을까> 중에서
가령 30세 미만인 경우 봉사 활동에 참여해도 만족도는 전혀 높아지지 않는다. 반면 50세 이상은 평균보다 2배 더 만족도가 올라간다. 왜일까? 연구에 따르면 특히 타인과 함께할 일이 좀처럼 없거나 친한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 만족도가 높아진다. 반면 젊은 사람들은 일부러 모임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학교나 직장, 술집에서 자연스레 만나기 때문이다. (중략) 24세 미만인 경우 매일 술을 마시면 불만족도가 높아진다. 반면 70세 이상이 비교적 술을 마시면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 인생의 주요 과업을 이룬 나이가 되면 어쩌다 한 번씩 마시는 술 한 잔은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년층은 지속적인 음주를 즐길 경우 인생의 주요 과업을 완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특히 거의 매일 술을 마실 경우에 그렇다.
- <4장 | 관계, 친구는 많을수록 좋을까> 중에서
다양한 조사 결과에서 여러 요인들과 만족도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는데 각 요인들과 만족도가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아닐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삶의 만족도 때문에 해당 요인들이 결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복합적인 다른 요인들과 어우러진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사의 결과에 대해서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이 높다거나,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경우에 술을 자주 마신다거나 등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그런 점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측면의 해석과 경계 어린 시각을 덧붙이고 있다.
비만인은 불만족도가 높은데도 체중을 감량했을 때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식을 하는 건 마뜩잖은 일이고 배가 고프면 인생이 재미없어진다. 이 부정적인 효과는 건강한 기분에서 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한다.
- <7장 | 건강,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할까> 중에서
낙관주의자들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날 뿐이며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즉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가 해결할 수 없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자신이 원인일 때가 있을지라도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실제로는 통제력이 없다 하더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다. 현실을 바라보는 왜곡된 관점이 만족도를 더 높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8장 | 라이프스타일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중에서
가령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만족도만 높아지는 게 아니다. 삶의 통제력에 대한 자신의 확신과는 무관하게 반려자 역시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여러분의 만족도는 추가로 상승한다. 또 반려자가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신뢰감을 주며 호기심이 강하다면, 즉 삶에 대한 통제력과 자신감, 사교성이 있다면 반려자 자신의 삶뿐 아니라 여러분의 삶에 대한 만족도도 더 높아진다.
- <9장 | 사랑,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중에서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정말 다양한 요인들을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재밌게 읽고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복잡한 상관관계들이 하나의 심플한 정답으로 도출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삶이 그런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