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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Oct 25. 2015

신세계에서

기시 유스케

처음 읽은 이후 여태 최고의 판타지(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읽고 보니 사실 SF. 초반의 몽환스러운 분위기와 상상력에 너무 몰입해서 SF 였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던 듯.


호러 미스테리 '검은집' 과 잔혹 스릴러 '악의 교전' 으로 알려진 작가인데, '신세계에서'도 정말 훌륭하다. 완성도를 따지면 세 권의 우열을 가르기 어려운 가운데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 책이 제일 좋았다. 유토피아 같으면서도 잔혹한 미래세계에서 지배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 끝까지 가는 모습을 아름답지만 무서운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다.


호러에 대한 설정과 묘사는 내가 읽은 일본 작가들 중에 최고. (..무서워;;) 찾아보니 국내에 번역된 기시 유스케의 소설들를 다 읽었나보다.. '자물쇠가 잠긴 방' 은 4가지의 밀실트릭에 대한 묶음 집이고 '신세계에서' 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덜 오싹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른 책들이 너무 무서워서 ㅡㅡ; '열세번째인격'은 제목에 나타나 듯이 다중인격에 대한 호러. 제목부터 빤하지만 내용은 빤하지 않게 무서웠음>_< '다크존'은 또다른 판타지인데 설정은 알겠는데 약간 난해한 느낌. '푸른 불꽃'이랑 '천사의 속삭임'은 재밌게 읽었던 것 같은데 왜 내용이 가물가물하지 -ㅁ-;; 기억력이란 ㅠ 아무래도 사서 읽은 책과 빌려서 읽은 책은 읽기 행위에 대한 몰입과 애정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라고 핑계를.


"역시 그렇군. 나쁜 애는 아니지만 미스캐스팅이었어. (...) 절대로 료는 아니야. 우리가 좋아했던 사람은......."
"네 걱정은 안 해. 넌 강하니까 (...) 오해하지 마. 네가 냉정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 감정이 섬세하지. 하지만 넌 그 슬픔이나 괴로움을 얼마든지 떠안을 수 있어. (...) 우리는 너만큼 강하지 않아. 나는 항상 거만하게 행동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즉시 도망치려고 하지."

노골적으로 빤한 소설의 주인공 같은 대사인데. 어떤 소설을 읽어도 감정이입한 부분만 꼭 집어 찾아내는 나도 참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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