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콜요청금지 Oct 25. 2015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

표지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여러모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가 생각나는 소설. 금전이 만능인 현대사회에서 돈이 주는 쾌락과 구원의 유혹에 빠지고 만 여성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조가 많이 비슷하다. 차분한 작가의 문체도.


- 기쿠다 미쓰요

67년생, 2005년 '대안의 그녀' 나오키상, 2012년 종이달.


- 미야베 미유키

60년생, 98년 '이유' 나오키상, 93년 '화차'.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소재와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라 엮어서 생각하게 되지만, 20년이나 먼저였던 '화차'보다 등장인물의 다양성이나 입체적인 스토리가 더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본 문학에서 인정받는 '나오키상' 수상작가이니 소설이 나쁘진 않음.


'화차'는 일본에서 드라마화되었고, 한국에서는 김민희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에서 김민희의 연기가 빛을 발했었고. '종이달'은 일본에서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졌었고 영화는 올해 여름 한국에서 개봉했었나보다. 영화 평이 좋던데 영화관에서 봤으면 좋았을 껄.


 레스토랑에서도 바에서도 백화점에서도, 리카 네를 맞이해주는 사람들은 웃는 얼굴이 끊이지 않았다. 아주 친절하게, 농담 한두 마디를 섞어서 진심이 담긴 인사를 해주었다. 거기에는 악의도 경멸도 오만불손함도 없고, 그저 포근한 선의만이 있었다. (...) 해맑게 웃고, 악의 같은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돈이라는 폭신폭신한 것에 둘러싸여 살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리카는 그래서 출근을 위해 역에 갈 때가 호텔로 돌아오기 위해 붐비는 전철을 탈 때면, 주위에 자각 없이 뿌려진 채 방치된 악의에 새삼 놀랐다. 먼저 가기 위해 노인을 밀치고 가는 여자가 있고, 그 인간 뒈졌으면 좋겠어 하고 깔깔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금발의 여자아이들이 있고, 가방에 손을 찔러 넣고 정액권을 찾는 리카에세 혀를 차며 어개를 부딪치고 가는 젊은 남자가 있고, 할머니를 밀어내고 빈자리에 앉는 중년 남자가 있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잔돈을 던지는 역내 매점의 판매원이 있었다. - 리카의 이야기


책이 좋으면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 작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저 위의 문단은 좋았음.


돈으로 모든 행복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행복은 살 수 있으며 없으면 불행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현대 사회에서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은 알지만 유혹 앞에 나약해지는 스스로를 인정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슬퍼질 소설.






매거진의 이전글 형사의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