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서 인물의 동기

007스펙터를 보고

by 앵콜요청금지

이제는 너무 오래 버텨온 007 시리즈. 우연히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딱히 고대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스토리가 너무 엉망이어서 실소가 나왔다. 이게 뭐야-ㅁ- 인트로 무비는 엄청 멋있고 그럴 듯한데 그게 더 언밸런스함;


아무런 이유 없는 전개와 설명이 되지 않는 등장인물의 급작스런 행동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간 좋은(?) 영화였다.


007이니까. 말도 안되는 로맨스와 여주의 활약, 헤어짐, 다시 만남, 계획도 없는 무모한 액션, 주인공은 절대 맞지 않는 총격. 그냥 007니까 이런 건가, 아름다운 본드걸이 아무런 설명없이 제임스 본드의 매력에 빠져서 몸도 주고 마음도 주고 위기에서 구해주고, 제임스 본드는 짠하고 적진에 뛰어들어 모두를 해치우고. 이런 클리셰를 지키고 싶은 걸까. 정말 그런 거라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아름답게 간직해야 할 유물이 되어야 할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이런 허접한 스토리를 007의 이름으로 찍어낸 작자는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다짜고짜 사랑을 나누는 여주와 남주, 누구 편인지 알 수 없다가 갑자기 활약을 펼치는 조력자 보스, 갑자기 자기는 죽어도 여주의 생명을 지켜주겠다는 남주.


'쟤네 왜 저래...'


그러면서 모티베이션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떤 행동들의 동기는 뭘까.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은 나는 왜 그러는 걸까. 그게 아니라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여야 할까. 내가 원해서 행동하는 것이라면 난 왜 그렇게 생겨먹은 걸까. 어떤 나의 동기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의 일부가, 나의 행동을 좌지우지하는 큰 중추가 싫어질 때, 무너질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서.


동기 없이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감정만으로 행동들이 트리거가 된다면, 그것 역시 허무한 일이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들은 다 그런 인스턴트 적인 감정과 감각이지. 머리로 생각해야하는 건 항상 저 멀리 희미하다. 나를 생생하게 살아있게 해주는 건 현재야. 산다는 것은 이 얼마나 어려운 균형을 지켜내는 일인지.


근데 그와중에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여전히 너무 멋있고(수트 빨 짱!), 묘한 분위기의 레아 세이두는 내 스타일. <미션 인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의 악당 킬러였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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