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지 않았어도
오늘은 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아침부터 이미 한바탕 거리를 새하얗게 뒤덮고 있던 눈은 오후가 되어서도 펑펑내리다가 하늘하늘거렸다가 바람과 함께 옆으로 휘몰아치다가를 반복하다 오후가 다 지나서야 잦아들었다.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와서 문득 외로워지던 찰나, 펑펑 내리는 눈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아예 노트북을 들고 창가 쇼파에 자리를 잡았다.
창문을 향해 앉아 포른하게 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일을 하려고 했지만, 빨라졌다 느려졌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눈송이들의 출렁임에 눈길이 팔려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이어폰을 꼽고 '앵콜요청금지' 를 시작으로 하염없이 그렇게 눈이 내리는 창 밖을 쳐다봤다.
수족관의 물고기, 파도의 일렁임, 눈송이와 빗줄기. 이런 것들을 바라보는 순간이 좋다. 아무것도 몰라도 될 것 같은 고요와 평화. 최면에라도 걸릴 것 같은 반복적인 율동.
계속 그렇게 놀고만 싶었지만, 확인해야할 일이 생겨서 벌떡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현실은 외로움. 외로운 걸까, 일이 자신이 없는 걸까. 배가 아파진 까닭이라고 모든 생각을 중단하고 숨는다. 이럴 땐 아무 생각도 도움이 되지 않을 꺼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뭐가 다르길래 하늘과 땅을 오가는 걸까. 고닥 하루 전인데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