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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Dancing with Tariffs

by 백석현

먼저, 지난 금요일 상황을 정리합니다.


일단 긴 연휴 직후의 금요일 서울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개장가는 1,446원으로 훌쩍 올라 출발했는데, 그 핵심 배경은 관세였습니다.

연휴 중이었던 1월 28일 트럼프 정부 베센트 재무장관의 보편 관세 도입 계획(2.5%로 시작하여 매달 2.5%p씩 인상)이 Financial Times 보도로 알려졌고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도 캐나다나 멕시코, 중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강조한 영향이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56.4원까지 오른 뒤 3시 30분 1,452.7원을 기록했습니다.

장중에 환율이 더 오른 배경도 역시 관세였습니다.

트럼프가 취임일에 행정명령에는 담지 않았지만 2월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의 수입 관세를,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할 생각이라고 밝힌 것 때문이었죠.

2월 1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지 모른다는 경계감 속에 시장이 긴장해 있었는데,

금요일 서울외환시장 개장 조금 전인 새벽 6시경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관세를 계획대로 2월 1일부터 부과할 계획이라고 재확인했고

이 발언이 금요일 장중에 환율 추가 상승을 초래했습니다.


그 이후 미국 장에서는 크게 2가지 소식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들이었는데, 12월 미국 PCE(개인소비지출) 인플레이션은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8% 상승했습니다.

11월보다는 높아졌지만 추세를 잘 보여주는 3개월 기준 인플레이션은 연율 환산 2.2%까지 낮아져서 긍정적이었습니다.

인건비를 보여주는 고용비용지수(ECI) 4분기 수치도 0.9%로 예상에 부합했고, 3분기보다 낮았습니다. 이 역시 인플레이션 관련 데이터죠.

이 데이터들에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미국의 관세 관련 소식인데, 첫째 소식과 달리 둘째 소식에는 시장이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먼저 한국시각으로 토요일 새벽 2시경에는 로이터의 단독 보도가 달러화 급락을 초래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소식통을 인용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향한 관세를 2월 1일이 아니라 3월 1일에 부과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관세가 늦춰진다는 소식에 환율이 급락한 것이죠.


하지만, 그로부터 1시간 30분 뒤 백악관이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달러화가 다시 급등했습니다.

먼저, 백악관 대변인이 관련 보도를 부인하며 계획대로 관세가 부과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곧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예정대로 2월 1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향해 관세를 부과함을 확인했습니다.

캐나다, 멕시코에 25%를 부과하되, 캐나다 석유에는 10%를 부과하고 중국에도 10%를 부과합니다(그 결과로 역외 원달러 환율 최종 호가는 현물환율 기준 1,459원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일에 이런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2월 4일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역사적으로 일방국의 관세 부과는 무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부르곤 했죠.

캐나다는 기다렸다는 듯 25% 보복 관세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히며 상응하는 반격이 있을 것임을 경고했습니다.

멕시코도 보복 관세 등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다만, 트럼프의 행정명령 시행일이 2월 1일이 아니라 2월 4일로 며칠이나마 늦춰지면서

촉박한 시간이지만 대화 여지를 남겼습니다.

따라서 주초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해 1,460원을 넘보겠지만, 금방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2월 4일까지의 협상 여지 때문이죠. 미국 시각으로 2월 4일이니 서울외환시장 관점에서는 화요일인 4일까지 시간이 있는 셈입니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관세 관련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일상이 될 것입니다.

당장 캐나다와 멕시코에 원하는 것은 미국과 3자간 무역 협정인 USMCA 재협상을 앞당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장기적으로 보면, 트럼프 정부가 협박하듯 관세 칼날을 휘둘러 상대국으로부터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 승리를 선언하는 패턴이 반복되리라 예상됩니다.

싫든 좋든, 이것이 트럼프 월드의 일상이고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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