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상호 관세의 칼날
지난 금요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관세 폭탄을 꺼내 들었습니다.
금요일 서울에서 오후 3시 30분 1,447.7원이었던 달러화가 새벽 2시 1,450원을 훌쩍 넘긴 1,454원에 종가를 기록한 배경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뉴스를 포함해, 기억해야 할 지난 금요일 밤 이벤트 3가지를 아래 요약합니다.
첫째, 한국시각으로 밤 10시 30분, 미국 1월 고용이 발표됐습니다.
헤드라인 숫자인 신규 고용은 14.3만개 증가해서 시장 예상치 17만명을 살짝 밑돌았습니다.
하지만, 직전 2달치 고용은 10만개나 상향 조정됐고,
실업률은 4.0%로 (직전 4.1%보다) 개선됐으며
임금 상승률도 전월비 0.5%, 전년비 4.1% 상승해서 시장 예상(각 0.3%, 3.8%)을 웃돌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1월 고용 데이터는 건강한 고용 여건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채 금리와 달러화가 오를 법 했죠.
실제로 미국채 금리와 달러화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격한 반응은 아니었고 원달러 환율은 건강한 고용 데이터에도 1,450원을 위협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한국 시각 자정에는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2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가 나왔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월보다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기대는 한 달만에 무려 1%p 훌쩍 오른 4.3%였습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뚜렷하게 상승한 탓에 미국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응이 크지는 않았죠. 원달러 환율은 1,450원에 육박했을 뿐 넘지는 못했습니다.
외환시장을 뒤흔드는 것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지만 미국의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도 관세입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한 것도 관세가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죠.
그런 뒤, 자정을 넘은 0시 53분, 로이터가 단독 보도로
트럼프가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를 발표할 예정임을 알렸습니다.
이것이 지난 금요일 밤 가장 중요한 세번째 이벤트였습니다.
그리고 이 보도에 달러화가 모든 통화에 상승했고, 이 바람에 원달러 환율도 새벽 2시 1,454원까지 오른 것이죠.
상호 관세는 다른 나라가 미국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미국도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미일 정상회담 직전이던) 새벽 2시 18분에 트럼프는 많은 나라들을 향한 상호 관세를 다음주에 발표하겠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4시 42분.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온 자리에서는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상호 관세 관련 회의를 한 뒤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한미 FTA로 관세가 사실상 폐지된 터라, 원칙적으로는 상호 관세에서 영향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건드리지 말라는 법은 없죠.
그래서 당장, 규제나 법규 등 비관세 장벽까지 광범위하게 거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설사, 한미 FTA를 맺은 한국을 예외로 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에 상호관세를 적용하면 한국이 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죠.
또,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캐나다와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결국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은 관세의 칼날이 직접 한국을 향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관세에 따른 글로벌 무역량 감소에 취약한 경제 구조입니다.
이번 주에도 시장은 트럼프의 입에 주목할 수 밖에 없고, 관세 뉴스에 일희일비할 운명입니다.
혹시나 상호 관세의 칼날이 한국을 비껴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나 가스,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특정 품목과 유럽을 향해서도 2월 18일에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흘린 바 있죠.
여기저기서 관세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의 입을 주시하며
이번 주도 쫄깃쫄깃한 한 주를 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