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의 이벤트 중에 기억할 만한 것은 3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의 1월 PCE(개인소비지출) 인플레이션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고, 시장은 사실상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근원 PCE 인플레이션은 전월비 0.3%, 전년 동월비 2.6% 상승했습니다.
둘째,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이 파국을 맞았습니다.
그 징후는 한국시각으로 토요일(3월 1일) 새벽 2시 20분경 전해지기 시작했고
해당 소식에 달러화는 소폭 올랐고 유로화를 비롯해 다른 통화들의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새벽 2시를 1,360원에 마감했지만 그 이후 역외 최종 호가는 소폭 올라서 (현물 환율 기준) 1,362원이었습니다.
회담의 주요 목적은 광물 협정 체결(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등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내용)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논의였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제안을 걷어찬 결정적 배경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미국의 안보 보장"을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셋째, 3월 4일로 한 달간 유예된 관세의 데드라인이 다가온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긍정적 시그널이 나왔습니다.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이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멕시코가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멕시코도 자체적으로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발언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캐나다도 그렇게 해준다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로써 3월 4일 관세 데드라인이 다가온 멕시코를 향한 관세는 타협 여지가 부각됐고
캐나다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2월 초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향한 트럼프의 관세 발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뒤, 타협을 거치며 환율이 내린 현상이 그대로 반복될까요?
그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바로, 중국 때문입니다.
지금 중국이 트럼프에 휘둘리지 않는 인상입니다.
한 달 전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발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협상 시도를 예상해) "시진핑 주석과 24시간 내 통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언했지만 중국의 반응이 없자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을 번복했습니다.
지난 주 2월 27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한 달간 유예한 관세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며 느닷없이 중국에 3월 4일부터 10% 관세를 또 추가하겠다고 예고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중국의 무반응에 10% 관세를 또 추가한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대로 3월 4일이 되면 중국에 관세가 또 10% 추가되고 중국은 이에 보복으로 응수할 것입니다. 한국시각으로 수요일인 3월 5일 서울 장중에 시장이 반응할 이벤트입니다.
한 달 전에도 중국은 관세와 전략 광물의 수출 통제, 구글 등에 대한 반독점 조사 등 다양한 보복 카드로 맞섰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중국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는 것인데, 이는 위안화 약세와 원화 약세를 부추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 미국 부담 역시 커집니다. 자충수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중국을 대하는 트럼프의 전략이 달라질 소지가 없지 않습니다.
또, 러시아 푸틴의 손을 잡으려는 트럼프의 속내는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 러시아와 중국간 틈을 벌리려는 것인데,
우크라이나와 미국간 정상회담의 파국도 트럼프 뜻대로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지는 않음을 시사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3월에도 2월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다고 봤지만,
중국을 대하는 미국의 전략 수정 여부,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의 불확실성 등 변수를 감안할 때
원달러가 2월처럼 쉽게 흘러내리지 못하고 하방 경직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겠습니다.
트럼프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관세 발언에 시장이 일희일비하는 양상은 3월도 예외가 아닐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