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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시장이 안정 되찾더라도 달러화는...

by 백석현

트럼프가 체면을 구겼습니다.

미국이 과격한 관세로 중국을 때렸음에도, 먼저 공격한 미국이 오히려 스텝이 꼬이며 궁지에 몰린 꼴입니다.

지난 금요일 밤 연장시간대 달러원 환율이 1,420원까지 급락한 뒤 새벽 2시를 1,421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궁색해진 미국의 처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입니다.


중국은 전략적으로도 이익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비집고 들어가 틈을 벌리려 오래 전부터 애를 썼는데, 트럼프의 과격한 관세를 계기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침공'으로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진 유럽은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최고 35%)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수출가격 하한선 설정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협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의 공격으로 중국과 유럽이 밀착하게 된 것이죠.

트럼프가 중국을 고립시키려 시도했지만, 오히려 중국이 미국을 고립시킨 형국입니다.


중국은 지난 금요일 오후 5시경 미국에 다시 관세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미국 수입품에 부과된 84% 관세를 125%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시장 관점에는 84%나 125% 모두 어이없는 수준입니다. 무역이 이뤄질 수 없는 수준에서 더 올려봤자 무의미하죠. 그래서 시장 반응은 미미했습니다.


평상시에는 미국채 금리가 상승할 때 달러화가 상승합니다.

하지만 지난 주에는 미국 자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훼손되면서 미국 자산이 다 함께 하락했습니다.

미국 주가, 미국 채권가격, 미국 달러화의 동반 하락 움직임이 자주 관측됐죠. 지난 금요일 아침에도 그랬습니다.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화가 내렸습니다.


미국채 금리는 지난 주 내내 이례적 움직임을 연출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안전자산인 미국채 가격이 급등(금리 하락)하는 평상시 패턴이 깨지고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하건 상승하건 미국채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현상이 자주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미국채가 평상시 움직임을 되찾으리라 예상합니다.

아직 미국채를 대신하기에는 경쟁자들(독일 국채나 일본 국채)이 역부족이기 때문이죠.

미국채는 국제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어느 시점은...

트럼프가 "중국과 협상에 열려있다"며 시진핑 주석의 전화를 애걸하고 있지만, 중국이 무시하고 버티는 상황이 반전되거나(결국 미국이 중국에 협상으로 전환할 만한 구실을 굴욕적으로 제공해야 할지 모릅니다)

미국 연준이 채권시장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개입하는 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달러화는?

당분간 달러화가 다시 힘을 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아직도 현재 시점에 달러화가 원화 대비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1,300원 대 환율이 당초 하반기에나 가능하리라 전망했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질지 모릅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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