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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금리 오르는데 달러는 왜 내리나

by 백석현

달러 하락세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만 해도 1,400원을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이 수요일(21일) 단숨에 1,370원을 위협하더니

금요일(23일) 오후에는 1,360원 대를 활보했습니다.

3시 30분을 지난 연장 시간대에 달러화가 모든 통화에 급락했다가

그간 잠잠하던 트럼프가 EU(유럽연합)에 6월 1일부터 관세 50% 적용을 위협한 SNS에 다시 급등하는가 싶더니

다시 발길을 돌리며 하락해 새벽 2시를 1,366.5원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미국채 중장기물의 금리 상승세는 진정됐지만

미국 주식, 달러화가 하락하면서 미국 자산 매도세는 대체로 유지됐습니다.

지난 일주일의 특징은 미국 주식, 미국채, 달러화가 모두 매도세에 시달리며 하락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지난 몇 년간 미국에 집중 투자했던 글로벌 자본이 미국 자산 일부를 덜어내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본이 미국 자산을 덜어내는 것, 자본의 미국 이탈은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기존의 결정이 족쇄가 되고, 기존 포지션이 역풍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흔합니다.

지난 10년간 미국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됐고, 특히 최근 몇 년간 자본 유입이 가속화됐는데

거꾸로 얘기해서 시장의 태도가 변하면

매물로 나올 미국 자산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도 됩니다.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굳건했지만, 트럼프 2기 들어 조짐이 수상합니다.


미국채 금리가 오르는데 달러가 오르지 않고 왜 내릴까요.

예전에는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오르곤 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도 미국채의 수익률이 더 높아져서 새로운 수요를 끌어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상황이 변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점점 불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악화시킬 감세 정책(7월까지 마무리 예상!)과 관세 정책의 조합이 더해지면서

시장의 신뢰를 흔들기 시작하는 임계점을 지났는지 모릅니다.

미국채 금리가 더 올라도, 미국채의 수익률이 더 높아져도 시장참가자들이 미국채 매수를 망설이니 달러화가 오르지 못하고 내립니다.


재정적자 상태에는 결국 정부 살림살이가 마이너스니까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꾸어와야 합니다.

예전에는 미국이 재정적자로 국채를 발행해 돈을 꾸고 또 꿔도 미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변한 것이죠.

그간 미국채를 사던 큰 손, 중동이 변했고 중국도 변했습니다.

왜 변했을까요.

예전에는 중동이 미국에 원유를 팔고 달러를 받으면, 그 달러를 다시 미국채에 투자하는 구조였고

중국도 미국에 온갖 물건을 팔고 달러를 받으면, 그 달러를 다시 미국채에 투자하는 구조였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이제 원유 순수출국으로 거듭났죠. 그래서 사우디 원유를 사는 큰 손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에서의 수입을 줄이겠다고 난리를 치니, 수입 대금으로 중국이 받는 달러도 줄어듭니다. 중국이 미국채를 사 줄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처럼 미국채와 미국 주식, 달러화가 모두 하락한 것은 예외적 현상일까요.

1970년대라면 익숙한 현상입니다.

미국채 가격은 하락했고 미국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가치가 반토막이 날 지경이었으며 달러화도 추락했습니다.

원화 약세 환경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달러화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며 강한 모멘텀이 생겼습니다.


지난 주 원달러 환율 하락에는 미국과 한국의 협상 테이블에 환율정책이 의제로 올라

뭔가 있을지 모른다는 심증이 한 몫 했지만, 그게 핵심이 아닙니다.

의도했든 안 했든, 결과적으로 달러화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입니다.


5월 마지막주입니다. 주초 월요일은 미국의 공휴일로 미국 휴장일입니다.

주초에는 달러 방향성이 무딜 수 있습니다.

또, 월말 고유의 현상인 시장의 차익실현 등 포지션 조정으로 주중에는 기존의 달러화 하락을 되돌리는 움직임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이번 주는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주춤하리라 예상합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아직 저점을 보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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