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서울 장에서 1,400원을 넘어 맹렬한 기세로 내달리던 달러원 환율이
한 순간에 풀썩 내려앉았습니다.
서울에서 6시 퇴근 무렵 1,407.4원까지 상승했지만, 저녁 9시 30분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 보고서를 계기로 1,384.5원까지 급전직하했습니다. 고점 대비 23원 정도 내린 것이죠.
미국의 고용 보고서는 최악이었습니다.
7월 신규 고용 7.3만개도 기대(10만개)를 밑돌았지만, 직전 2달치 숫자가 이례적으로 대폭 하향 수정되었습니다.
5월과 6월 신규 고용 수치는 기존에 각각 14만개를 넘었지만, 각각 1만명 대로 수정되면서
당초에는 증가한 줄 알았던 일자리가 거의 모두 허상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아직 잘 버티는 (줄 알았던) 고용 시장을 근거로 금리 인하에 거리를 두던 연준에게도 임팩트가 컸습니다.
당연히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급상승했을 뿐 아니라, 작년처럼 50bp 빅 컷 기대마저 생겼습니다.
고용 보고서에 담긴 다른 데이터들(실업률 등)도 긍정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충격에 가까웠던 고용 보고서로
미국채 금리가 대폭 하락했고(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무려 27bp 하락) 미국 증시와 달러화도 일제히 내렸습니다.
지난 금요일 밤의 미국 고용 보고서가 시사하는 점을 3가지로 요약합니다.
1. 고용 보고서의 직전 2개월치가 왜 이토록 크게 하향 조정되었나.
익월 초에 발표되는 신규 고용 수치는 워낙 발표 시기가 빠르기 때문에, 완전한 수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이후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데이터와 계절조정 방식의 재조정에 따라 수정됩니다.
게다가 이번 트럼프 정부 들어 연방 정부 인력 감원 등으로 인한 통계 인력 축소, 교육∙정부 부문의 대량 해고 같은 구조적 변화로 통계를 집계하는 데 혼란이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2.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결정적 계기
고용 보고서처럼 매달 발표되는 데이터가 갑자기 한 달 이상하게 나왔다고 해서 연준의 판단이 단번에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전 두 달치를 포함해 3개월의 데이터가 모두 부진했기에 판단을 바꾸기에 충분합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주 FOMC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고용이 괜찮다고 평가했지만,
고용 여건 악화를 근거로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월러 이사나 보우먼 부의장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에 충분합니다.
뉴욕 연은 총재이자 FOMC 부의장인 윌리엄스도 이번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발언에서, 9월 인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제 관심은 9월 인하폭이 25bp이냐 빅 컷(50bp)이냐의 문제가 됐고, 9월 중순 FOMC 이전에 나올 또 한 번의 고용 보고서 및 2차례의 인플레 데이터에 달려 있지만
다음 달 고용 보고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50bp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8월 하순의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의 달라진 메시지가 확인되리라 예상합니다.
3. 관세 정책 효과에 대한 재평가
이번 고용 보고서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해서, 시장 참가자들이 트럼프의 과격한 관세 정책을 재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다시 부상하리라 예상됩니다.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이 EU, 한국 등과 큰 틀의 무역 합의를 이룬 뒤
아직 합의하지 못한 나라들과 협상하지 못한 국가들에게 관세율을 통보하면서 발효일을 8월 8일로 미뤘는데
이는 8월 8일까지 추가적 합의가 생길 것을 의미합니다.
트럼프가 물러설 계기가 될 것이고, 달러화도 흘러내릴 수 있는 환경입니다.
미국 증시에도 부정적이죠.
한편, 지난 토요일 새벽에는 또 다른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차기 연준 의장이 될 인물을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예정보다 빨리 이사회에 심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미국 은행법에 따라, 연준 의장은 반드시 이사회 멤버 중에서만 지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사회에 빈 자리가 생겨야 트럼프가 차기 의장을 염두에 둔 인물을 심을 수 있는데
올해 중에는 임기가 만료될 이사회 멤버가 없어 내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새벽 쿠글러 이사가 8월 8일을 끝으로 이사회를 떠난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습니다.
지난 주 이례적으로 이사가 FOMC 회의에 불참한 배경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런 사연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이를 반기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이제 트럼프가 차기 의장을 염두에 두고
측근이자, 금리 인하의 총대를 멜 인물을 이사회 멤버로 지명할 때가 가까워졌습니다. 이 경우 파월 의장과 몇 달간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되겠네요. 이렇게 되면 파월 의장이 꿋꿋이 (내년 5월 15일까지인) 의장 임기를 완주할지도 불투명해집니다.
이는 곧 달러화 하락의 구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한 달간 달러원 환율이 급반등하면서 현재 환율에 시장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기에
환율이 다시 내릴 환경이 조성됐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일방적인 하락은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앞날도 뿌옇고 세계 경제도 뿌옇고 금융시장의 앞날도 뿌옇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