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또 달리나

by 백석현

지난 주는 한국 원화 가치와 주가지수, 국채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최근 상승하던 달러화가 다른 주요 통화들(EUR, JPY, CNH 등)에 대해서는 수요일부터 상승분을 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만 줄기차게 하락(달러원 환율 상승)해,

결국 지난 토요일 새벽 2시 종가는 1,460원을 넘겨 버렸습니다.

이번 주는 환율 상승세가 진정될 수 있을까요?

일단 최근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과정에 주요 견인차를 크게 3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

지난 10월 한달 간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가 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했는데,

정확히는 9월 17일부터 급증하기 시작했고 11월 들어서도 식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에 미국 나스닥이 하락했음에도 10월의 매수 속도와 맞먹었습니다.

9월 17일부터 지난 주까지 미국 주식 순매수액만 100억 달러가 넘습니다(SEIBRO의 "미국 주식" 결제금액 기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개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의 3분기 미국 주식 총운용자산(AUM : Assets under management) 증가액이 130억불에 조금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서학개미들이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미국 주식을 사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총운용자산 130억불은 단순히 순매수액이 아니라 가치 증가까지 반영된 데다 3개월치에 해당하는데, 서학개미가 9월 17일부터 2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순매수한 금액이 100억불이 넘으니 말이죠.

공교롭게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와 국고채 3년물 금리 상승세가 9월 17일 직후 시작됐죠(매매일과 결제일에 하루 이틀 차이는 있습니다. 미국 T+1일, 한국 T+2일).

물론 국고채 금리 상승세까지 서학개미 때문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둘째, 외국인의 주식시장 수급.

지난 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7조원 넘는 금액을 팔아치우며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실질 수요가 아직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AI 테마주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AI 수퍼 사이클의 수혜주로 뒤늦게 두각을 나타낸 한국의 대장주들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나왔던 것입니다.


최근 외환시장은 금리에 둔감한 반면, 주식시장 수급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셋째, 시장 심리입니다.

엔화 약세나 한미 합의 전의 대미 투자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미쳤죠.

그런데, 지난 주의 환율 상승세는 심리로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주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지 않은 데다, 한미 합의 이후 정상회담의 최종 결과물인 joint fact sheet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시장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에 언급한 3개 중 앞의 2개는 이번 주에도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데요.

외국인들이 이번 주에도 한국 증시에서 지난 주 만큼 대규모로 이탈하리라 예상하지는 않습니다.

매도세가 진정될 수 있는, 주말이라는 여유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국 경제에 대형 악재가 돌출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주 코스피가 털썩하면서 일단 과대 평가, 과속 우려도 다소 덜었습니다.


하지만, 서학 개미의 저 무서운 속도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리라 장담하기 어려운 배경입니다.

결국은 한국의 부(wealth)가 해외로 나가면서 생기는 수급상의 압력으로 봐야할 듯 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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