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교장 선생님'이 남긴 정적

by 백석현

달러원 환율이 지난 주를 1,464.5원에 마감(토요일 새벽 2시 종가)한 뒤

뉴욕 장에서 막판 크게 하락하며 1,446.2원 수준(현물환 기준)에 최종 호가됐습니다.

뉴욕 장 막판 환율 급락의 배경이었던 "미국 연준의 rate check설"의 함의를 포함해

이번 주 환율을 전망합니다.



지난주 그린란드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고, 미국 연준이 이례적인 시장 개입 신호를 보내면서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가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주는 대외 변수의 우호적인 변화 속에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둡니다. 크게 3가지 배경에 기인합니다.


1. '교장 선생님'의 등장: Fed rate check 의미

토요일 새벽 뉴욕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뉴욕 연준(NY Fed)의 'rate check'는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을 위에서 눌러줄 강력한 심리적 장벽입니다.

'rate check'는 FX rate check를 줄인 것으로, 직역하면 '환율 체크'입니다.

말하자면, 당국이 은행의 외환딜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환율 호가 얼마 보이나요" 묻는 것을 일컫는 전문 용어인데, 외환시장에서는 개입 전 단계의 경고로 읽힙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 연준이 엔화를(정확히는 달러엔 환율을) rate check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우선, 엔화 약세에 미국 연준이 직접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엔화 가치 방어는 일본 당국의 몫이죠. 따라서, 미국이 나선 것 자체가 파격적입니다(이유는 있습니다. 이유는 마지막에 서술).


이게 어떤 상황이냐면, 잠시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 상황을 떠올려 봅니다.

초등학교 교실이 통제되지 않고 아주 왁자지껄 난장판입니다. 반장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때 복도를 지나가던 교장 선생님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지금 몇 시니" 나직이 묻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 뭔가 공기가 달라지고 싸해집니다. 정적이 흐르죠.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과거 일본 당국의 엔화 개입 시도가 교실의 소란을 잠재우려는 '반장의 외침'이라면, 이번 연준의 직접 전화는 '복도를 지나가던 교장 선생님이 직접 문을 열고 불쑥 지금 몇 시니하고 물으며 순간 정적을 만드는 상황'과 같습니다.

시장에는 이제 '무질서한 엔화 약세(달러엔 환율 상승)'가 미국의 직접 개입을 부를 수 있다는 긴장감이 생겼고, 이는 엔화 약세가 적어도 당분간 숨을 고를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엔화 약세에 민감하고 최근 유난히 약세였던 원화에도 심리적 구세주가 생긴 격입니다.


2. '릭 리더'의 급부상: 차기 연준 의장 레이스의 막판 역전극?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이르면 다음 주에 차기 Fed 의장이 지명될 수 있다"고 지목한 1월 마지막 주가 다가왔습니다.

그의 발언은 마침 이번 주 FOMC가 예정된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상황에서, 그가 정치적 희생양으로 비춰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을 가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FOMC 결과 전후로 차기 의장 지명자를 발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상대방이 주목받는 국면에서 더 큰 뉴스를 던져 프레임을 전환하는 데 능숙한 인물입니다.

시장의 시선은 차기 연준 의장 레이스에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블랙록의 릭 리더(Rick Rieder)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매파적 원칙론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순순히 응할지 의문인 케빈 워시와 달리, 월가 현장 전문가인 릭 리더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에 우호적인 비둘기파적 성향을 보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파월 의장이 받을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 위해 그의 지명을 서두를 경우, 시장은 이를 '완화정책, 금리 인하 가속화'의 신호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는 국채 금리 하락과 함께 달러 약세를 유도하며 원화 가치 회복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유가 변수와 지정학적 긴장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화에 복병이 될 수 있는 변수입니다.

"이란으로 미국 함대가 이동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과 이란 석유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로 인해 유가가 지난 주 슬금슬금 오르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는다면 지정학적 불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환율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될 전망입니다. 이란 지정학적 리스크의 바로미터는 유가인 만큼, 유가는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번외 : 엔화 약세에 미국이 왜 나섰을까] 엔캐리 청산 우려는 단기적으로 기우

최근 일본 엔화 약세 과거 패턴과 다릅니다. 미-일간 금리차가 감소하면 과거에는 엔화가 강세였고, 이 과정이 급격히 진행될 때 엔캐리 청산, 시장의 충격을 부르곤 했는데 지난 10개월간 이 메커니즘이 오히려 역행하고 있습니다. 즉, 일본 금리가 상승하며 미-일간 금리차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과거와 달리) 엔화가 약세입니다.

최근 일본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나쁜 금리 상승'입니다. 경제 성장 기대로 금리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재정 우려로 금리가 오릅니다. 일본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지자, 일본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감세를 추진하며 재정 악화 우려를 더욱 키웠습니다. 이런 일본의 금리 상승이 엔화 약세를 부추겼을 뿐 아니라, 최근 미국채 금리에도 상승 압박을 가하는 것이 이번에 미국을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일각에서 일본의 금리 상승을 근거로 엔캐리 청산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엔캐리 청산 우려는 엔화가 미-일간 금리차에 둔감해진 지금 상황에서는 기우입니다.

또한 시장의 투기 물량을 보면(CFTC) 엔화 하락 베팅 규모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2년 전 일본의 엔화 개입을 부른 당시의 1/4에 불과) 급격한 엔캐리 청산에 따른 시장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엔캐리 청산에 따른 기존의 글로벌 시장 혼란이나 원화의 급격한 약세 동조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엔화 강세'가 "엔캐리 청산에 따른 시장 충격"과 동의어는 아닙니다.


< 이번 주 환율 전망 Summary >

미국 당국 : 미국 연준(Fed)의 rate check 이후 시장의 투기적 달러 매수세 위축

FOMC : 파월에게서 스포트라이트 빼앗으려는 트럼프의 차기 연준 의장(릭 리더) 지명 가능성

이란 리스크 : 이란발 지정학적 긴장과 유가 추이는 복병(환율 하단 지지 요인)


결론 : 대외 변수의 우호적 전환 속에 1,400원대 중반에서의 하향 안정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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