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경영 season 2_05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은 햄버거 가게의 모든 메뉴를 꾀고 있다. 그다지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매장에 가서 어떤 햄버거를 골라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눈으로 그냥 이리저리 보다가 무난한 햄버거를 고른다.
최근 햄버거와 관련한 유명한 광고를 하나 알게 되었다. 바로 ‘맥와퍼(McWhopper)’라는 메뉴이다. 아마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내용인지 바로 알 것이다.
2015년 세계평화의날(Peace One Day)인 9월 21일 버거킹이 업계 1위인 맥도날드에 공동 브랜드 제품을 개발하여 하루 동안만 판매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 햄버거가 바로 맥도날드(Mcdonald)의 빅맥 재료와 와퍼(Whopper)를 조합해 만든 ‘맥와퍼(McWhopper)’이다.
한 마디로 짜장 반 짬뽕 반 메뉴를 선보이자는 말이다. 세계평화의 날 햄버거 경쟁을 잠시 멈추고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자는 취지이다. 판매 수익금도 비영리 기구인 세계평화의날에 기부하자는 의미 있는 제안이었다.
버거킹은 아주 영리하게 광고를 했다. 맥도날드에 제안 협상하고 추진 한 것이 아니라 뉴욕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전면 광고에 실었다. 단순 광고가 아니라 세계평화의날을 함께 하자는 편지 형태의 제안서였다. SNS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광고했다. 맥와퍼를 만드는 레시피도 올렸다.
버거킹의 입장에서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맥도날드가 제안을 승낙하던 거절하던 이기는 게임을 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였다. 맥와퍼닷컴이라는 웹사이트도 만들고, 맥와퍼의 제조방법과 판매방식, 광고 이미지와 동영상까지 만들었다. 또한 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시카고와 버거킹 본사가 있는 마이애미의 중간 지점인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 임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판매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버거킹의 홍보 담당은 분명 승낙할 때와 거절할 때의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했을 것이다. 결과는 버거킹의 예상대로 맥도날드는 이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렇게 끝날 것 같은 두 경쟁사의 제안은 의외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가지게 했다. 사람들은 직접 맥와퍼를 만들어 먹는 영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에 공유하며 이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사실 맥와퍼 캠페인은 버거킹이 아니라 뉴질랜드의 영앤루비컴(Y&R)라는 광고대행사의 제안이었다. 이 대행사는 버거킹 본사에 이 캠페인을 제안하고 설득했다. 또한 맥도날드의 제안 거절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을 예측했고, 백와퍼 레시피 영상을 사전에 기획하고 제작하여 SNS에 뿌렸던 것이다. 이러한 반응이 소비자들을 자극했고 자발적 참여를 촉진시켰다.
버거킹의 평화협정 이벤트는 2016년 국제광고제인 칸 라이언즈에서 미디어부문과 인쇄출판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뉴욕 페스티벌, 원쇼 광고제에서 연이어 수상을 했다. 제안을 거절한 맥도날드는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많아지고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이 제안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였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업계 2위는 웬디스였다고 한다. 업게 3위였던 버거킹의 도전이 마치 라이벌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제안이 껄끄러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버거킹의 파격적 제안이 이미지를 상승시켰고, 또한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광고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광고에 실음으로써 패스트푸드 회사의 격을 높일 수 있었다. 단순 노이즈 마케팅을 넘어 버거킹의 현명한 선택을 통해 제안을 거절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맥도날드의 이미지까지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기에 상승효과가 있었다.
물론, 소비자와 소통하는 열린 기업이미지를 얻은 버거킹이 더욱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제품의 질만이 아닌, 어떠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1994년 부산지역 여고생이 친구에게 살 좀 빼라고 빼빼마른 이미지인 빼빼로를 선물 한 스토리를 롯데가 캐치해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빼빼로데이를 만든 것처럼 상품과 관련한 스토리는 마케팅에 아주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