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경영 season 2_04
지난 10월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로 재계에 3세 경영 시대가 열렸음을 많은 기사들이 앞 다투어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이 기사의 주요 인물이었다.
3·4세 경영에 대한 기사를 읽다 160년 가까이 5대째 경영을 물려받으며 엄청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 가(家) 기업’을 알게 되었다.
세계적인 통신장비 제조회사 에릭슨,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 항공기·군수품 생산업체 사브가 모두 발렌베리 가의 기업이며 19개의 기업과 100여개의 기업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1856년 창업자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는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을 설립한 이후 발렌베라 가의 기업은 끊임없이 성장하여 스웨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40%나 차지하는 대표 회사가 되었다.
창업자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는 스웨덴의 미래를 개척하려면 바다로 나가 강인한 생명력과 넓은 시야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발렌베리 가의 남자들을 대부분 해군사관학교에 보냈고, 졸업 후 해외 선진 금융회사로 보내 국제적인 감각과 경험을 쌓게 했다.
오랜 기간 대대손손 경영을 이어받고 국민적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벨렌베리 가문의 철학은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Esse, Non Videri)”이다. 진정한 부자의 삶을 영위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발렌베리 가문의 철학은 진정한 공생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이 ‘세계 100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고 하니 진정 가문의 철학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음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이익의 85%를 법인세로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여 소수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가치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민적 존경을 받는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상품을 만들면 제대로 만든다. 예전에 사브(SAAB)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고장이 나지 않아 망한 자동차 회사”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실제 그는 오래된 연식의 사브자동차를 잘 타고 다녔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며, 가족이 경영하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후계자가 되지 못하는 혹독한 자기검열과 경영철학을 통해 기업을 안정적이고 튼튼하게 만든다.
발렌베리 가문이 지속적으로 경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또한 ‘교육철학’과 ‘엄격한 경영승계’의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검소한 습관과 강인한 의지를 기르고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후계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가문 안에서 자연스럽게 경쟁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게끔 한 것이다.
교육을 중시하였기에 북유럽 최초의 경제대학 ‘스톡홀름경제대학’ 설립을 주도하며 수많은 경영자를 길러냈다고 한다. 또한 발렌베리 재단을 두고 지분을 나누고 사회 환원, 학술지원, 대학, 도서관 박물관 건립 등 공익적인 목적에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고 지원한다.
발렌베리 가문의 성공경영의 가장 핵심은 경영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반드시 리더를 2명으로 둔다는 것이다. 한 명은 금융을 맡고 한명은 산업을 맡아서 함께 운영을 해나간다. ‘투톱 경영’의 철학을 지속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이상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4세 무승계를 천명한 삼성 그룹이 발렌베리 가의 경영철학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진정 그렇게 될 수 있을지 관심도 가며 또한 기대가 된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