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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민섭 Oct 29. 2018

뚜르 드 몽블랑 13

- TMB 8 일차: 라 풀리  - 숑펙스 구간

샬레마을의 역사와 미학, 그리고 빙하호수인 숑펙스호수를 만나는 느긋하고 환상적인 코스


산행난이도: 중급  

산행시간  ;약 4시간 (오르막 450m/내리막 480m)

트레킹 코스별 예상 소요시간:                                라 풀리 → 프하 드 포(Praz de Fort) (도보 90분)

                                                                  프하 드 포  →숑펙스(Champex) (도보 120분)

                                          숑펙스(Champex) →아르페뜨 산장( Relais d'Arpette) (도보 30분)


 <전체 개념도  key map>                   

-글래시캠핑장(Camping des Glaciers, 1600m)-

<코스 개요>

라 풀리(La Fouly, 1610m)에서 몽돌랑빙하 쪽에 있는 하천을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면

몽돌랑(Mont Dolent, 3823m)을 배경으로 글래시캠핑장(Camping des Glaciers, 1600m)이 나온다. 캠핑장을 지나서 TMB코스로 진입하는 샛길 앞에 스포츠클라이밍 연습장이 있다. 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으로 커다란 바위 절벽이 보이고 빙하 녹은 물이 폭포로 떨어진다. 

오른쪽으로는 꽤 큰 하천(La Drance de Ferret)이 흐르고 있다. 이 하천을 따라 이쎄(Issert)까지 마을과 강 건너편 산마루를 오가면서 걷게 된다. 하천을 따라 30여 분 걸으면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수림지대로 들어선다. 고도를 높일수록 라 풀리(La Fouly, 1595m)의 목가적인 모습이 서서히 발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라 풀리(La Fouly)마을 전경-

페레 계곡(Val Ferret)으로 흐르는 빙하물 소리도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한다. 길은 완만하지만 산허리를 따라 빙빙 돌면서 프하 드 포(Praz de Fort, 1151m)마을까지 가게 된다.  수림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햇볕에 크게 노출되지도 않아 큰 어려움 없이 서서히 고도를 높이게 된다.

 1시간 남짓 산허리를 돌고 돌아서 수림지대를 빠져나오면 프하 드 포(Praz de Fort)마을이 가까워진다. 우리나라로 치면 북촌 한옥마을 쯤 될 것 같은 프하 드 포(Praz de Fort)마을은 오래된 샬레마을이다.


허름했던 마을을 민속촌 같은 샬레마을로 조성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광코스가 되었다. 오래된 세월까지도 버리지 않고 현대의 편리함을 접목시켜 탈바꿈한 마을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계곡을 따라 좌우로 늘어선 다양한 모습의 샬레는 알프스의 경치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고, 오가는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이곳을 다시 들르게 한다.

 우리 북촌 한옥마을처럼 사람이 살고 있는 일상적인 동네이지만 훨씬 개방적이고 실제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목이 마르면 아무 집에나 들러 물 한 모금 얻어 먹을 수 있을 것처럼 친근하기 때문이다. 샬레마을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두께는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무게와 미학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숑펙스(Champex,1,466m)로 가기 위해 프하 드 포(Praz de Fort)를 나선다. 마을 사이에 있는 하천을 건너서 왼쪽으로 난 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샌가 마을 끝 왼쪽에 있는 이쎄(Issert, 1055m)에 도착한다. 왼쪽 길 변에 레스토랑(Restaurant du Chatelet)이 있고 50여 미터 내려가면 오른쪽에 있는 수 백년 된 방앗간이 있다. 그 건너편으로 숑펙스로 가는 TMB코스가 이어진다. 숑펙스까지는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이쎄마을 북단 끝. TMB와 연결 된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 사면으로 접어들면 이쎄(Issert)마을이 인형의 집처럼 작아진다. 프하 드 포(Praz de Fort)와 이쎄(Issert)의 풍부한 스위스적 감성을 뒤로 하고, 오래된 삼림지대의 오솔길을 지나서 아름답고 고요한 호수로 유명한 숑펙스(Champex,1,466m)로 향한다.  이쎄에서 접어든 삼림지대를 조금 오르다 보면 다리가 하나 있는데 건너기 전 왼쪽에 동굴이 하나있다. 입구가 작고 너무 컴컴해서 일반 트레커들은 선뜻 내키지 않는 동굴이지만 가던 길에 잠시 들러 보는 것도 좋다. 빙하동굴이 아니고 석회암 동굴이다. 입구부터 천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아주 칠흑같이

 이어지는 산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삼림지대의 그늘과 간간히 불어오는 계곡의 바람을 즐기며 걸으면 된다. 그렇게 산허리에 난 평탄한 길을 30분 정도 걸으면 계곡 쪽 경치가 열리면서 멀리 마을이 눈에 든다. 바로 론 계곡에 위치한 스위스의 오르시에(Orsières) 마을이다. (페레마을 또는 라 풀리에서 버스를 타면 오르시에를 거쳐 숑펙스로 갈 수 있다)


 자그마한 공터에 설치된 샘터와 벤치가 정겨운 모습으로 트레커의 지친 다리를 붙잡는다. 잠시 앉아서 경치를 감상하거나 부족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여기서 숑펙스로 가려면 좌측으로 급하게 꺾어진 길을 따라 수림지대로 들어선다. 가파르지 않은 스위치 백 형태의 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그 다음부터 숑펙스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신작로다. 수림지대를 빠져나와 비교적 큰 비포장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숑펙스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숑펙스마을-

숑펙스(Champex,1,466m)는 우리나라의 지리산 노고단 높이 쯤에 있는 빙하호수다. 태초의 만년설과 어울린 빙하 호수는 말 그대로 유리알처럼 맑고 청초하다. 마을 입구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와 더불어 첫인상부터 숑펙스의 인상을 각인시킬 만하다.

 숑펙스호수 바로 옆에 있는 오래된 성당은 인기척이 전혀 없지만 주변 단장을 말끔히 한 것으로 보아 여전히 주말이면 종소리가 은은하게 마을에 울려 퍼지고 찬송가가 아름답게 들려 올 듯하다. 성당을 왼쪽으로 두고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으로는 호수가 계속 따라오고 왼쪽으로는 야생화가 지천인 초원지대와 빙하물이 흐르는 개천이  트레커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성당에서 약 400m 정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걸으면 숑펙스 리조트 중심지 삼거리에 도착하고, 오늘의 트레일은 이렇게 종착지에 닿는다. 푸른 호수, 푸른 숲, 우거진 산록이 조화롭게 연출하는 대자연을 배경삼아 들어선 민가와 상점, 리조트들. 화려하지도 요란스럽지도 않지만 필요한 것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라 숑펙스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힐 만한 곳이다.


-close up-  

아르페뜨 산장(Relais d'Arpette, 1630m)

 숑펙스(Champex,1,466m)에서 계곡을 따라 도보로 30분(약 2km)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1926년부터 4세대를 이어가며 한 집안이 운영하는 산장으로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해 절해고도의 섬 같다. 건물 3동 중 2개동이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이고 맨 뒤쪽에 위치한 건물은 가이드와 산장직원들의 숙소로 사용한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물론, 빨래와 등산화 등을 말릴 수 있는 커다란 건조실도 있어 장거리 산행에 지친 트렉커들에게 내 집 같은 편리함을 제공한다. 샤워실은 TMB 루트 상에 있는 산장 중에서는 가장 넓고 깨끗할 뿐 아니라 물 값은 물론 수량을 제한하지 않아서 상쾌한 샤워를 할 수 있다.
 산장 뒤로는 아주 널찍한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어 산장을 예약하지 못한 트레커나 백패커들이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숑펙스 사이트가 아니면 대부분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 난이가도 있는 아르페뜨계곡(Fenetre d’Arpette, 2671m)를 통과하여 트리앙 계곡으로 넘어가는 코스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아르페뜨 산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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