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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민섭 Aug 06. 2018

뚜르 드 몽블랑 1

-샤모니 계곡을 중심으로 한 몽블랑 山群이야기

남서부 유럽의 한 중심에 위치한 알프스의 봉우리들에 의해 유럽은 분리되고 합쳐진다.이처럼 유럽을 휘하에 거느리면서 갈라 치고 나누는 분수령이자 또한 거대한 저수지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알프스이다.

극지의 혹한과 지중해의 햇살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도 알프스가 유일하다. 그 어떤 산맥보다 다양한 얼굴을 지닌 알프스는 봉우리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마터호른이 웅장하면서도 예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몽블랑은 최고봉임에도 광장처럼 넉넉하다. 근대등반이 시작된 곳 알프스 몽블랑. 알프스의 최고봉으로 유럽의 지붕인 몽블랑은 그러면서도 압도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TOUR DE MONT BLANC 루트 전도> 

                                                                                         지도 저작권자 백민섭


8개국에 걸쳐 약 1200km에 이르는 알프스산맥은 그래서 유럽의 터줏대감이자 수호신이기도 하다. 북서쪽에 위치한 대서양과 남쪽에 위치한 지중해에서 습한 공기가 몰려오면 알프스가 이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고, 이것이 냉기와 부딪쳐 구름이 형성된다. 알프스산맥은 물길은 알프스 곳곳에 촘촘히 흩어지고, 이렇게 알프스로부터 발원한 수많은 강은 유럽의 젖줄이 된다. 우뚝 솟은 날카로운 봉우리 아래 펼쳐진 울창한 숲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희귀 동식물들이 숨 쉬고 있으며, 수목한계선 위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관목과 야생화가 각양각색의 자태를 뽐내며 하이킹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알프스산맥의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 4810m)-   

 해발 4810m의 몽블랑을 주봉으로 하는 알프스는 기상 또한 천변만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날씨는 매순간 변덕을 부린다.

때로는 깎아 내린 듯, 때로는 쌓아 올린 듯.

알프스의 다양한 형상을 빚어내는 것은 쉼 없이 약동하는 바람과 물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혹한과 눈사태, 급류가 이곳 알프스의 봉우리와 협곡을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대자연 최고의 조각가는 수천 년 간 알프스를 덮고 있는 빙하.

-그랑몽테 전망대에서 본 아르정티에 빙하-

오늘날의 알프스는 빙하가 남긴 유산이다. 그 유산의 최대 수혜는 자연스럽게 몽블랑산군의 가장 깊은 계곡에 자리한 샤모니-몽블랑(Chamonix - Mont Blanc, 1,037m 이하 '샤모니')이 받았다. 샤모니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자 척박한 땅에서 풍요로움을 일궈낸 강인한 사람들이 사는 곳. 산을 향한 인류의 도전이 시작된 곳이자 정상을 향한 끝없는 도전과 응전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카르타고의 용장 한니발과 나폴레옹, 괴테와 헤르만 헷세에서 영국의 록가수 프레디 머큐리까지, 정복자와 예술가들의 마음과 욕망과 도전을 사로잡은 곳. 죽기 전에 반드시 가보고 싶은 곳 중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는 알프스. 그 중에서도 동화 속 그림 같은 순백의 도시 샤모니는 알프스의 꽃이라 할 만하다. 알프스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샤모니의 숨겨진 이야기는 동경하는 만큼 아직도 다양하고 신비롭다.


알프스의 우두머리 몽블랑은 오래도록 인간에게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었다. 험난한 지형과 눈사태라는 재앙을 수시로 불러왔던 몽블랑은 과거‘ 악마가 사는 산’이라 불렸다. 하늘을 찌를 듯한 침봉과 거대한 빙하의 바다. 빙하의 깨진 틈새는 무시무시한 공포 그 자체였다. 몽블랑은 수세기 동안 어느 누구도 오를 수 없었던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그 때문일까 몽블랑은 자연을 뛰어 넘으려는 인간들의 도전과 열정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켰다. 수많은 이들이 몽블랑을 정복하기 위해 생명과 정열을 바쳤다.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열정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담담하게 받아들인 몽블랑은 1786년 8월 8일, 수정채굴가였던 자크 발마(Balmat, Jaques 1762~1834)와 의사였던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Paccard, Michel Gabriel 1757~1827)에게 처음으로 정상을 내어준다. 이로써 몽블랑은 ‘악마가 사는 산’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산으로 변모하였고, 인류는 이로부터 근대 등반의 역사를 시작하게 된다.

 -자크 발마(Balmat, Jaques)와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Paccard, Michel Gabriel)동상 -

 알프스는 히말라야 등반시대가 시작되기 이전, 인간이 열정과 도전정신을 펼치던 곳이었다. 인간은 알프스를 통해 세계최고봉을 오르는 법을 배운 셈이다. 세계 등반사는 자크 발마와 가브리엘 피카르의 몽블랑 초등을 근대등반의 시초로 꼽는다. 이유나 목적을 따지지 않고 오직 정상에 오르기 위해 자연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추구하는 근대등반의 형태가 몽블랑 초등을 시작으로 알프스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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