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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Mar 01. 2022

2월 뉴욕 전시 리뷰

2022_0228

뉴욕 전시 리뷰는 개인 아카이브를 위해 작성하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 담긴 단상이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전시들 중, 기록하고 싶은 작가나 전시를 한 달 단위로 메모하려고 한다.


1. Niclas Castello's Castello Cube

@Central Park, February 2, 2022

Photo by Sandra Mika.

새로운 암호화폐(Castello Coin)를 위한 프로모션으로 단 하루, 186킬로그램의 24캐럿으로 둘러싸인 <The Castello Cube>가 센트럴파크에 설치됐다. 독일의 미술가인 니콜라스 카스텔로의 작업으로, 타임스에 따르면 카스텔로는 자신의 암호화폐를 사전 판매해 이 프로젝트의 자금을 모두 조달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대미술 제도를 이 이상 더 어떻게 직설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제목을 '돈 놓고 돈 먹기 박스'라고 부르고 싶다.  


2. Tony Morison's Black Book

@David Zwirner, January 20—February 26, 2022

흑인 역사(Black History)의 달을 맞아 미술계에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역사와 삶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즈워너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연극 비평가이며 교육자이기도 한 힐톤 알스를 초대해 기획을 맡겼고,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흑인 여성 작가인 토니 모리슨을 조명하는 전시를 선사했다. 전시 제목은 모리슨이 랜덤 하우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할 당시 Roger Furman, Middleton A. Harris, Morris Levitt 및 Ernest Smith와 함께 1974년 공동 편집한 The Black Book에서 가져온 것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다양한 역사적 문서와 그림, 사진, 악보 등이 콜라주 형식으로 실려있는 기념비적인 책이다. 모리슨의 소설 속 아름다운 문장들이 벽면에 붙여져 목소리가 되어주고, 흑인의 삶과 사랑, 투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여러 작업들이 한데 어우러져 흑인 노예제도나 현재까지도 가시지 않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여러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3. The Unseen Professors

Leo Amino (1911-1989), Minoru Niizuma (1930-1998), John Pai (b. 1937)

@Tina Kim, November 18, 2021 – February 26, 2022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목소리는 크고 우렁차다. BLACK LIVES MATTEER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목소리는 희미하고 희미해져 금세 사라져 버린다. stop asian hate 아시아인은 고스트인가. 2월 14일 데일리 뉴스에서는, 35살 한국계 미국인 여성인 크리스티나 유나 이가 홈리스 남성, 아싸마드 내시의 칼에 찔려 숨진 내용이 보도됐다. 지난달에도 지하철 플랫폼에 서있던 중국인 여성을 홈리스 남성이 밀쳐 사망에 이르게 된 뉴스가 있었다. 하지만 뉴욕경찰은 이를 아시안 혐오 범죄로 공포하지 않았다. 

뉴욕 미술계에서 아시안 작가 작업을 보는 일은 쉽지 않고, 아시안 여성 작가는 더욱 드물다. 매 년 대중을 상대로 인기가 좋은 야요이 쿠사마 전시만 올라올 뿐이다. 그렇기에 첼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국 갤러리, 티나 킴은 뉴욕 미술계에 아시안 작가들을 소개하는 통로로, 그리고 아직까지도 견고한 백인 남성 중심 화단에 다양성을 선보이는 중추적 딜러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갤러리 현대는 쇼룸만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선보이는, "The Unseen Professors"는 근래에 아시안 작가들을 소개한 전시들 중 가장 흥미로웠는데,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존 야우를 큐레이터로 초대해 1960년대와 70년대 현대미술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1911년에서 1937년 사이에 대만, 한국,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 후 뉴욕의 대학(쿠퍼 유니언, 프랫, 컬럼비아)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조각에 중점을 두었던(하지만, 그들의 주재료는 철, 유리, 대리석 등 모두 다르다.) 세 명의 아시안 남성 작가들을 소개하며, 당시의 미술계 사조(미니멀리즘, 장소 특정적 미술)에서 아웃사이더였으나 자신의 고유한 철학과 뿌리를 둔 예술가들을 새로이 조명한다. 당시 주류 미술가이자 평론가인 도날드 저드와 로절린드 크라우스가 편찬한 에세이(“Specific Objects” ,“Sculpture in the Expanded Field”)에서 유색 인종의 조각 작업에 대한 비평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편협적 시각을 꼬집으며, 그들의 내용에 맞서는 세 조각가의 작업들을 하나하나 미술사적으로 재평가해주고 있다.  

이렇듯, 정치적 경제적 국가적 힘에 의해 하나의 사조로만 편찬되는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화자화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작지만 공적인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올 때, 미술사는 다시 쓰여지고 다양하게 생각하려는 눈이 많아질 것이다. 존 야우는 Rizzoli 출판사와 존 배 작가의 책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갤러리들에서 자신의 소속 작가를 미술사와 미술 시장에서 올바른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전략을 내보이는 일은 총성 없는 전쟁과 다름없다. 


4. Carl Andre

@Paula Cooper, January 7 – February 19, 2022

폴라 쿠퍼는 미니멀리즘 작가, 칼 앙드레의 1976년 작부터 2021년도까지의 작업을 한 자리에 선보였다. 1960 -70년대 미국 현대미술을 가장 정통적인 방법으로 늘 한결같이 소개하며 갤러리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앙드레는 조각이 수직성을 가져야 한다는 관념을 깨고 floor piece라 불리는 수평 조각의 개념을 재시해 조각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 내렸다. 이번 전시 또한, 작품들 모두 바닥에 깔린 채 배열되어 미니멀리즘의 명료성과 단순함, 기하학적 반복성, 재료의 고유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앙드레의 스튜디오 메이트 이기도 했던 프랭크 스텔라의 말이 그의 미니멀리즘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what you see is what you see. 


5. RACHEL ROSE: Encloser

@Gladstone Gallery, January 14, 2022 – February 26, 2022

국제 미술계에서 영리한(?) 작가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레이첼 로즈(b.1986)는 이번 개인전에서 루마 파운데이션과 파크 에비뉴 아모리에서 커미션을 받은 대규모 영상 작업 <인클로저>를 선보였다. 죽음을 주제로 작업해왔던 이전 작업들과는 달리 이번 작업은 17세기 영국의 인클로저 현상을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황폐함에 빗대어 마술적 사실주의를 표현한다. 토마스 피케티가 대본 고문을 맡았고, 전문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30분짜리 단편 영화를 만들어 버렸다. 로즈의 아버지가 뉴욕의 거대한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사실에서 이 작업이 더 흥미롭게 보이는 건 나뿐일까. 


6. DAVID WEISS: Metamorphoses

@Matthew Marks, through May 5, 2022

작가들의 드로잉을 보는 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완결된 한 피스로 보이지 않으며, 과정과 생각의 움직임을 더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드로잉은 다른 매체보다 작가의 국적에서 드러나는 선의 맛이 더 도드라진달까. 스위스 듀오 예술가인 Fischli/Weiss 로 알려져 있는 데이비드 웨이스(1946~2012)가 1975년에서 1978년 사이에 그린  <Metamorphoses> 시리즈 작업 17점을 메튜 막스에서 맛나게 볼 수 있었는데, 위트 있고 호기심 넘치는 선들에서 눈을 뗼 수 없었다. 이 드로잉들은  Fischli/Weiss 의 영화 <The Way Things go>(1987)를 연상시키며, 검거나 푸른 잉크로 그려진 대상들이 유기적으로 다른 이미지를 재생성하며 일련의 복잡한 시각적 연관성을 탐구하는 웨이스를 상상해볼 수 있었다. 


7. PAUL CHAN: A drawing as a recording of an insurrection

@Green Naftali, January 2 – February 19, 2022

그린 나프탈리 공간의 한가운데에 폴 찬의 거대한 드로잉 한 점이 걸려있다.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작가인 폴 찬의 작업에서 분노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는 2021년 1월 6일에 벌어진 국회의사당 습격의 광경을 왼손(비지배적인)을 사용해 검은 잉크로 그려놓았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패배를 번복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고, 5명의 사망자까지 나왔었던 정치적 시위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찬은 예술이 정치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작업을 선보이고, 갤러리에서 유권자 등록을 한 관람객에 한해 그가 그린 제한된 수의 드로잉을 선사했다. 


8. DEMIEN HIRST: Forgiving and Forgetting 

@Gagosian, January 20–February 26, 2022

24가에 위치한 개고시안에서 최근에 선보인 전시들은 무척이나 매끈하다. 매끈하고 매끈해 부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꾸려진 전시구나 라는 게 너무나 직설적으로 다가온다. 이번 데미안 허스트 전시 또한 매한가지.. 


9. Looking Back - The 12th Wihte Colums Annual 

Selected by Mary Manning

@White ColumnsJanuary 22–March 5, 2022

와이트 칼럼은 뉴욕시에서 가장 오래된 비영리 공간이고,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이기도 해서 매 번 찾게 되는 곳이다. 년 초마다 작가나 큐레이터를 초대해 그들이 뉴욕시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며 느꼈던 개인적 상호작용을 선보이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인 메리 메닝이 큐레이팅을 맡았으며 다양한 주제와 연령대, 경력을 가진 작가들을 한 자리에 묶었지만 이질감 없이 섬세하게 작품들을 배치했다. 빛나는 작업들이 참 많았는데, 테리 윈터스의 최근 오일 작업이나 다이안 심슨의 건축적인 조각 작업, 니콜 아이젠만의 작은 페인팅 작업까지 제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11. KAWS 

@280 Park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시그램 빌딩에 이어 280까지, 파크 에비뉴를 장악한 카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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