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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May 29. 2024

5월 뉴욕 전시 리뷰

2024

뉴욕 전시 리뷰는 개인 아카이브를 위해 작성하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 담긴 단상이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전시들 중, 기록하고 싶은 작가나 전시를 메모하려고 한다.


1. Christopher Wool 

@ Fidi Tower, Mar 14 – July 31, 2024

가장 "뉴욕다운" 전시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성공한 1955년 생 미국 작가인 Christopher Wool은 101 그리니치 빌딩의 19층 18,000 스퀘어풋 공간 전체를 모두 빌려 자신과 오랜 시간 일했던 큐레이터, Anne Pontégnie와 함께 개인전을 직접 만들어 버렸다. 예약 없이 누구나 방문 가능하며, 작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물론 그와 38년간 함께 일해 온 Luhring Augustine 갤러리는 작가의 이런 돌발적 이벤트에 아무런 제약을 할 수 없다. (2015년 소더비에서 RIOT 작업으로 3천만 달러에 판매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모든 것을 다 거머쥔 미국 작가는 갤러리에서의 전시도 미술관에서의 전시도 모두 심드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80년대 뉴욕을 회상한 듯 거칠고 매력적인 전시를 선보였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자본 구조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Wool의 매우 뉴욕스런 전시. 


2. Self-Portraits 

@GRIMM, April 5–May 4, 2024

자화상이라는 주제는 미술사에서 예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늘 있어왔고, 언제나 새롭다. 22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는 형이상학적인 자화상이라기보다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상을 바라보고 그린 작업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중 1996년 생의 Tommy Harrison의 자화상에 시선이 멈췄다. 잔인하고, 고통스럽고, 지극히 계산적인 자화상. 


3. Ellen Fullman & JACK Quartert

@ARTISTS SPACE May 3, 2024, 7pm 

Other Minds, San Francisco. Photo: John Fago

50피트 이상 뻗어 있는 수십 개의 조율된 현들은 전시되는 건축 공간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된다. 40년 가까이 현 사이를 이동하며 퍼포먼스를 해왔던 작곡가, Ellen Fullman의 작은 몸이 활처럼 보였다---비록 송진으로 코팅된 손가락이 현을 세심하게 연주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2024년 5월 3일 7시가 넘은, 아티스트스페이스의 지하 공간에 머물던 우리 모두는 소리 없는 우주 공간을 경험했다. 


4. Joan Jonas: Good Night Good Morning

@MoMA, Throuh July 6

1960-70년대의 뉴욕 다운타운에서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미디엄으로 직접 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Joan Jonas. 그의 대규모 회고전이 모마에서, 그리고 드로잉센터에서, 퍼포먼스와 토크 등의 이벤트 들은 뉴욕의 여러 예술기관 곳곳에서 축제처럼 열리고 있다. 1936년 생인 그의 현재 나이는 87세. 손에 잡히지 않는 미디엄을 다뤄왔던 작가의 전시를 어떻게 구성했을지에 대한 만듦새에 흥미를 갖고 전시를 보았고, 시대상에 대해 그리고 젠더에 대해 생각했다. 전시를 모두 보고 난 후, 전시 제목을 여러 번 내뱉었다. Good Night Doog Gninrom


5. Andie Carver

@columbia MFA Thesis 

MFA Thesis를 둘러보는 일이 수많은 아트페어나 비엔날레를 보는 일보다 더 가슴 뛸 때가 있다. 코너를 돌아 자연채광이 밝게 들어오는 곳에 걸려있던 페인팅에서 숨을 내쉴 수 있었고, 이름을 확인했다. Andie Carver.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지워져 있는 풍경화에서 작가의 세심한 붓질이 자연을, 삶의 주변을 상상하게 했다. 


6. Kimin Kim

@Hunter MFA Thesis

스탠드업 코미디를 본 듯한 작업. 최근에 한 지인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위대했던 코미디언들은 슬픔과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었다고. 깊은 불안과 슬픔에서 노란 스마일을 전시장 곳곳에서 마주하는 기분이란.. 올해 본 MFA Thesis 전시 중 Andie Carver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Kimin Kim 작업. 


7. Lucas Arruda: Assume Preto 

@David Zwirner

결국은 Lucas Aruda (b.1983, Brazilizn) 작업으로 돌아온다. 화려하고, 수많은 쟁점을 다루는 작업들에 마음이 기옷거려지다가도 말이다. 이번 전시는 로스코, 셀민스, 혹은 모란디의 작업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작업들이 점점이 나열되어 있었다. 작은 캔버스임에도 끝없이 확장되어 보이는 무한한 공간을 바라보다, 옆 캔버스에 드리워진 빛의 얼룩진 수평선을 보고는 안심한다. 특히나 나는 그의 캔버스 외곽, 조각처럼 형성되어 물결치는 찐득한 오일의 표면을 너무나 사랑한다.


8. Amy Sillman: To Be Other-Wise

@Gladstone Gallery, May 2 – June 15, 2024

Amy Silman의 작업을 두 번 각기 다른 지인과 함께 보러 갔다. 한 지인(이란 페인터)은 실먼의 작업에 대해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그리는지 아는 작가야."라고 말했고, 또 다른 지인(이스라엘 시각예술가)은, "그녀의 작업은 매우 미국적인 회화야. 추상과 구상이 시간을 두고 섞인.." 둘의 말에 나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남한 기획자) 개인적으로 Amy Silman의 페인팅도 좋아하지만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먼이 쓴 글을 여러 번 반복해 읽는데, 그 이유는 그의 글은 마침표로 끝나는 게 아닌, 늘 무언가를 상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실먼의 페인팅을 마주할 때마다 시각적인 요소보다는 텍스트로 다가올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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