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0630
뉴욕 전시 리뷰는 개인 아카이브를 위해 작성하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 담긴 단상이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전시들 중, 기록하고 싶은 작가나 전시를 한 달 단위로 메모하려고 한다.
1. Hayoun Kwon: Kubo Walks the City
@2022 Tribeca Film Festival, June 8 – 19, 2022
함께 전시를 만들었던 작가가 더욱 성숙해진 작품으로 다시 재회하게 됐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전히 미술계에서 살아가는 일은 고난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꿈을 그릴 수 있다고,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동안에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어 지속해나갈 수 있는 거라고 우리는 뉴욕의 밤거리를 걸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곤 했었다.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 초대받은 <Kubo Walks the City>는 박태원의 중편 소설인『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각색해 VR 작업으로 만든 것으로 VR을 쓴 관람객들은 일제 강점기로 돌아가 각자의 발걸음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늘 그렇듯 온 몸과 정신을 다 쏟아 또 다른 세계를 토해낸 하윤 작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곤 건강해야 한다고, 오래 살아서 많은 작품을 쏟아내고, 작품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프랑스로 다시 돌아간 작가는 이번 Tribeca Film Festival Immersive에서 Main Award를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무척이나 흥분됐고,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심사위원이었어도 이 작품에 망설임 없이 표를 던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한국에 있을 전시도 뜨겁게 응원합니다!
2. Clementine Keith-Roach & Christopher Page: Knots
@P.P.O.W, June 3 – July 1, 2022
한 작가의 작업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조각과 평면의 작업이 잘 어울렸는데, 알고 보니 둘은 스튜디오와 집, 침대 그리고 두 아이를 함께 키우는 파트너였다.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이 발길을 잡긴 했지만, 갤러리 뒤편까지 반복되는 이야기에 조금은 지친달까. 그 이유는 주제가 너무도 직접적으로 다가와서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3. Sonia Gechtoff
@55 Walker, June 24 – Aug 26, 2022
메가 갤러리들의 잠식 때문에 현재까지도 뉴욕의 작은 갤러리들은 삼삼오오 뭉쳐 또 다른 색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55 Walker 또한 Bortolami와 Kaufmann Repetto, 그리고 Andrew Kreps가 함께 힘을 합쳐 오픈한 공간으로 추상 표현주의 여성작가로 주목해야 할 소니아 게흐토프의 개인전을 오픈했다. 우리가 미술사에서 추상 표현주의 예술가로 배웠던 작가들은 잭슨 폴록, 윌리엄 드 쿠닝, 제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남성 작가들의 이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당대에 활동했던 여성 작가들은 존재했었다. 그들의 작업 활동에 비해 이름과 작품은 덜 알려지고 연구되어진게 사실이며 현재까지도 미술사가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흐토프 고유의 붓질과 색체를 2022년인 현재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감격스러웠고, 솔직하게 캔버스 위를 대면한 페인팅의 힘은 영원하다.
4. NAM JUNE PAIK Art in Process: Part One
@Gagosian, May 24 – July 22, 2022
백남준 생애 전반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두 파트로 나누어 개고시안에서 전시 중이다. 24가에 위치한 개고시안에서는 첫 번째 파트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의 방대한 미디엄으로 가득 찬 작업들을 보며 느끼는 점은 백남준의 옆에 있는 사람은 무척이나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자유분방하고 거리낌 없는 그의 성격이 실험적인 작품으로 여기저기 뿜어져 나왔고, 이름 없는 누군가는 희생되었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