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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Jun 01. 2022

4-5월 뉴욕 전시 리뷰

2022_0531

뉴욕 전시 리뷰는 개인 아카이브를 위해 작성하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 담긴 단상이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전시들 중, 기록하고 싶은 작가나 전시를 한 달 단위로 메모하려고 한다.


1. Sunny Kim: Islands

@Nathalie Karg Gallery, May 10 – June 18, 2022

Creek, 2021, Acrylic on canvas, 57x43 inches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로 휘몰아치는 계절, 여러 폭의 써니킴 회화를 나탈리 카에서 만나 다행이었다. 그의 회화는 시간도 공간도 기억 저편 어딘가에.. 끝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화폭 속으로 걸어 들어간 나는 또 다른 어딘가로 천천히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의식이 명료해지면서, 신체의 모든 감각 기관이 예민해졌다. 2017년 올해의 작가상 후보일 때 국현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웠는데, 이런 시기에 직접 마주할 수 있어 작은 명상을 하며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었다. 선생님, 앞으로 써니킴이 펼쳐갈 아름다운 세계를 기다리고 있어요.


2. Karen Kilimnik: Early Drawings 1976 – 1998

@GALERIE EVA PRESENHUBER, April 30 – June 18, 2022

시끄러운 미술계에서 은둔자로도 유명한 클림닉의 초창기 드로잉을 볼 수 있었다. 한없이 자유로운 선들에서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소재의 문화를 훔쳐볼 수 있는 즐거움이 꽤나 컸다. 특히나 드로잉 작업들은 자기에게 맞춤복을 입은 듯한 프레임이 입혀져 있었고, 설치는 그가 얼마나 감각적인지 다시 한번 감탄을!


3. Nicole Eisenman: Untitled (Show)

@Hauser & Wirth, May 5 – July 29, 2022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젠만의 작은(?) 페인팅, 특히 2009년도 작업을 좋아하는 나는, 처음부터 맞닥뜨린 넘쳐나는 에너지의 소란한 페인팅에 조금 당황해,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아이젠만의 분위기가 조각으로서, 그것도 너무나 잘, 제현되어 있어 기뻤다. 회화 속 등장 요소들이 조각으로 생명을 얻어 살아가고 있는 듯 보여, 함께 설치되어 있는 회화와도 편안하게 안착되었다. 그제야 위층에서 보았던 작업들이 연결되면서 고양이가 주인공인 잔혹하고 슬픈 동화가 완성되었다.


4. Matthew Wong: THE NEW WORLD PAINTINGS FROM LOS ANGELES 2016

@CHEIM & READ, May 4 – Sep 10, 2022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작품에 말은 필요 없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화폭과 대면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솔직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사적인 이야기가 덮혀져 작품에 신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너무 일찍 세상과 이별했다. 이번 차임 앤 리드에서 전시한 작업들 중, <Midnight>과 <Nostalgia>가 함께 걸려있는 벽에서 깊은 우울을 들여다보며 한없이 마음이 뜨거웠다.


5. Veronica Ryan: Along a Spectrum

@Paula Cooper Gallery, April 2 – June 4, 2022

천장에서 내려오는 자연광이 작품의 생김새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재래시장이나 가정에서 발견할법한 소재들은 선반에 쌓여있거나, 바닥에 정돈되어 놓여있기도 하고, 그물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전시장에 놓인 과일과 씨앗, 껍질, 이불 등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사물을 대면하는 심리적 감정과 세계 무역의 문제점 그리고 생태학적 붕괴의 우려까지 작가의 조용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6. Shio Kusaka: one light year

@David Zwirner, March 23 — April 30, 2022

2020 그의 파트너인 조나스 우드와 같은 갤러리, 즈워너에 소속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후 처음 열리는 쿠사카의 개인전이며, 즈워너에서 도자 작업만을 단독으로 선보이는  또한 처음이 아닐까 싶다.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일렬로 놓여있는 도자기들은 얇은 쿠퍼(copper)  위에 마치 분홍빛이 덮인 거울 위에 놓인 것처럼 반사되어 아름답게 전시되고 있었다. 도자기에 문외한이지만, 쿠사카의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점이 있다면, '촉각' 즉각적으로 다가왔고, 현대적인 도자기의 형태와 구석기시대 볼법한 모양을 가진 도기가 함께 전시되어 흥미롭기도 했다. 종종 우드의 페인팅에서 쿠사카의 작품으로 추측되는 도자기가 그려져 있어 그의 작업이 실제로 몹시나 궁금했었는데,  개인전답게 fresh 했으며, 그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도 으니 성공한 첫전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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