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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Aug 18. 2021

미술품 보관은 어떻게 해?

지인에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거실에 걸려있는 회화 작품이 뒤틀린 것 같다며, 복원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몇 군데 연락처를 보내준 후,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나와버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잘못 보관하는 바람에 색이 바랜다거나 뒤틀린다거나 등 원본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원본이 훼손되어 속상한 것도 속상한 것이지만 작품의 보존 상태는 이후에 형성될 작품 가격에 중요한 요인을 미친다. 제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소장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보관 방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작품의 훼손은 당연한 일이고, 작품 가격은 재가치를 받지 못하게 된다.


미술품 보관과 관련해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노 작가의 스튜디오에 방문했다가 캔버스 뒷면에 붙어있는 레터 사이즈의 종이를 보게 되었다. 이 종이가 뭔지 궁금해 물어보니, 자신의 작품을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적혀있는 지침서라고 했다. 한 컬렉터가 작품을 볕이 잘 드는 곳에 걸어두고는 색이 바래졌다며 다시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한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작가는 작품을 컬렉터에게 보낼 때 이런 지침서를 함께 전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을 보관하는 기본적인 지식을 작가가 직접 요청하게 되는 상황이 참으로 웃프다.  


아무리 작은 작품이더라도 미술품을 소장하는 일은 거실이나 방의 빈 벽을 채우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술품을 소장하는 일은 작가의 생각과 가치를 알아보고 작가를 후원하는 일인 동시에 예술 생태계에도 역할을 행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소장하게 될 때는, 그 작품의 처음 상태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술품 보관에 대한 기본 상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도록 하자. 하다못해 우리가 명품 가방을 보관할 때도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가방 안에 폼을 채워주고 더스트백에 넣은 후 평평한 곳에 세워 보관하지 않는가?


1.

빛은 가시광선과 자외선, 적외선으로 구분된다. 자외선은 에너지가 높기 때문에 작품의 노화와 안료의 변색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적외선은 열을 내포하고 있어 작품의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훼손의 요인이 된다. 우리가 피부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UVA와 UVB를 차단해 주는 크림을 바르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더 빨리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을 빛으로부터 어떻게 지킬  있을까? 당연히, 직사광선뿐 아니라 형광등, 백열등을 피해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작품을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두며 감상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창가는 피하되 조명을 쓰고자 한다면 자외선 차단이 되는 필터를  붙여쓰기를 바란다. 혹시나 창가에 작품을  두고 싶다면, 마찬가지로 유리창에 자외선이 차단되는 필터를 붙여 주어야 하겠다. 재질별 적절한 조도 환경은 아래를 참고하길 바란다.  


석재 재질 750 ~ 1500 LX

유화 150LX 이하

염색품 및 판화 80LX 이하

동양화 및 수채화 100LX이하

필름류 150LX 이하


2. /습도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온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더 신경을 써줘야 한다. 작품의 대부분의 재료는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한다.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면 당연히 미술품은 균열이나 뒤틀림, 박락 등 다양한 형태로 훼손되기 마련이다. 습도는 빛과 함께 제품을 손상케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데, 습도가 높아지면 울음 현상이나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습도가 낮아지면 작품의 표면이 갈라지거나 떨어질 수 있다. 가장 적절한 온/습도는 작품의 재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나겠지만 일반적으로 아래의 정도에서 변화가 크지 않도록 유지해 주어야 한다.


온도 = 18~22도

습도(RH) = 50~70 %


3. 공기, 대기오염, 통풍, 해충

요즘과 같이 심각한 대기오염 또한 조심해야 할 요인 중 하나다. 특히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황산 가스 등은 작품의 재질을 약하게 만들고 산화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또한, 콘크리트로 신축된 건물에는 최소 2~3년이 지난 후 작품을 보관해야 하는데, 공기 중의 알칼리성 미립자가 작품에 피해를 입힌다.


그렇다면 대기오염을 피해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권장하는 방법은, 액자에 유리나 아크릴을 끼워 전시하는 방법이다. 액자는 반드시 전문 표구사에 맡기는 게 좋으며, 작품과 유리, 아크릴 사이에는  최소한의 공간은 두고 액자를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가끔, 미술품과 공기청정기를 함께 설치하는 분들을 뵙곤 하는데, 음이온 발생 장치나 정전기를 이용한 먼지 제거 장치 등의 사용은 삼갈 것을 권한다. 음이온이나 정전기를 띤 먼지 등이 작품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실이나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방에 그림을 오랜 시간 보관해서는 안 되며 고미술 같은 경우 좀 같은 해충도 유의하여 살펴봐야 한다.


미술품을 보관하고 보존할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뭔가 신경 써야  부분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빛과 열을 피하고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 주면서, 훼손된 부분은 없는지 자주 살펴봐 주면 되는 일이다. 물론 작품의 수가 많아 창고를 원하는 경우는 서울옥션이나 케이옥션에서 수장고 서비스를 해주기도 하니 관심 있는 분은 위의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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