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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퐁 Oct 06. 2021

니트에게 습관 형성이 중요한 이유

일상 속 코어 근육 만들기



 사람들은 니트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니트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왜 이리 어려운지. 요즘 사람들이 미라클 모닝이라고 새벽 5시에 일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적 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도 미라클 모닝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정신과에서 ‘절 대 로’ 하지 말라고 만류해서 최대한 오래 자려고 한다. 오전에만 일어나면 되지.


 내가 참여했던 <니트컴퍼니>의 좋은 점은 반강제적으로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오전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는 루틴, 그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온라인은 매일마다 플랫폼을 통해 오늘의 목표를 ‘인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녁 7시마다 전화로 독촉을 하기 때문이다. 참가자가 백 명인데 매일 백 명 남짓한 백수들에게 일일이 전화하냐고? 정말 그렇다. 내가 옆에서 다 봤다.


 <니트컴퍼니>는 왜 백수들의 습관 형성을 시작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홀로 있으면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홀로 있을 때 발생하는 무기력감은 사람의 생기를 앗아간다. 이 상태가 점점 심해지면 우울증이 된다(우울증은 기분이 울적한 상태가 아니다). 이때 습관은 우리가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도 잘 헤쳐 나올 수 있게 한다. 생활 체육에서 늘 강조하는 코어 근육과 같은 역할이랄까.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기르는 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반면에 나쁜 습관은 나를 망친다. 한두 개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도 여러 개의 나쁜 습관이 루틴처럼 굳어지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란 말도 있지 않나. 실제로 나는 폭음과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몸무게를 세 자리 수로 갱신했던 적 있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라고 매 순간 마음먹고 매 순간 실패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산다. 기필코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강제성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줌이나 구글 행아웃, 클럽하우스 등으로 지인들을 초대해 각자 할 일을 한다. 랜선으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그날의 할당량을 채운다. 랜선 너머로 누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방에 편한 차림으로 앉아 있어도 긴장이 되는 것 같다나. 나 역시도 SNS를 통해 몇 번 해본 적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돈을 내고 습관을 만든다. 돈을 내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운동뿐만 아니라 돈을 내고 습관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꾸준히 생기고 있다. 요즘은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하는 독서모임 서비스도 있다. 자기 계발에 목숨 거는 요즘 세대는 ‘성장’하고 ‘발전’ 하기 위해 돈을 투자한다.


 이쯤에서 나는 습관 만들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혼자서도 일상 루틴을 잘 가꾸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사람들과 모이는 것 자체가 미션인 요즘 시기에 느슨한 연결조차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란 말인가? 지금이라도 앱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연락해 일상 루틴을 지켜보자. 습관도 만들고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일석이조 아닌가?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여도 내일 출근은 해야 하고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아도 월세 내는 날은 다가온다. 굳이 우리가 함께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태풍 같은 사건들 틈에 흔들릴지언정 뽑혀 날아가지 않기 위해서다. 뭐, 설령 뽑혀 날아가면 또 어때? 다시 심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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