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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교주 Jun 20. 2021

감정의 뷔페

느끼고 싶은 감정만 마음그릇에 담을 수 있다면...

직장을 다니고 싶어 다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정말 일할 수 있다는 감사함으로 근로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재능이있고, 종교적 이유에서도 나의 달란트가 세상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여지길 바란다고 기도해왔고, 그래야 한다고 배워왔고, 실제로 정말 그러길 바랐다. 


그런데 사회와 세상을 위해 정말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란 생각보다 힘든일 같다.

좋은 영향력, 선한 영향력을 주기도 힘들고 받기도 힘들지만,

정말 직장내 한사람의 영향력으로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전직장을 이어 이번 직장에서도 뼈저리게 느끼된 것이다.

물론, 나는 대학교 졸업 후 1년도 채 못채우고 회사가 폐업하는 바람에 자연스레 프리랜서의 길을 걷다보니

이런 조직생활이 익숙치 않아 직장 내 처신이나 스트레스 해결방법이 미숙한 것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도 너무 상처를 쉽게 받고, 늘 꾹- 참기만 하는게 미덕이다 생각해온 가치관이 답답하기도 했고, 그런 것들이 내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내 틀안에 자꾸만 가두는건 아닌지 싶었다.


당장 취업을 해서 구직을 하는동안 갚아야 할 카드빚도 있고, 이것저것 필요에 의해 돈을 써야 할 이유는 많았다.

내 월급이 여유로운 편도 아니고, 어쩌면 내가 정말 이렇게 심리 상담을 받을 정도로 힘든게 아닐 수도 있지는 않을까? 그냥 누구한테 의지하려고하는 걸 수도 있겠다 합리화도 해보려 했다.

실제로 주변에도 상담을 받아본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그냥 실컷 떠들다 와서 속은 좀 편해지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해답은 얻을 수 없어요.'

'상담료가 부담되는건 맞아요. 명품백을 사는 값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이상의 보상을 받았어요.'

'먼저 기도부터 해봐, 결국은 하나님과 너가 회복되어야해'


다들 의견도 조언도 생각도 달랐다.

역시 결정은 내 몫이지.


일주일 이상을 고민해봤지만, 직장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때문에 나의 마음도 오랜 장마에서 벗어날 수 없을것 같았다. 너 내 마음이 나를 잠식하기전에 이번을 핑계삼아 한 번 해보자 마음먹었다.

일단 나를 잘 알아야 나를 사랑할 수 있을것 같았다.

바로 연락을 드려 상담예약도 잡았다.

내가 또 이런 추진력은 있지.


첫 상담날 까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머릿속은 복잡했다.

나만 아는 비밀이야기를, 엄마아빠에게도 하지못하는 나의 치부를, 친구도 누구도 하나님만 아는 솔직한 내 심정을 과연 나는 어느정도 솔직히 이야기 할 수있을까.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내 이야기를 듣고 상담시간동안 앞에선 위로하고 웃어주지만 돌아서면 나를 측은해 하거나 아니면 나약한 사람이라 비웃지는 않을까.

혹시 어쩌다 회사사람들이 또 내가 상담 받는걸 알게되면 괜히들 오해하고 이상한 소문 해괴한 소설들을 쓰지는 않을까?

혹은 정말 내가 신앙을 회복하면 해결 되는 문제는 아닐까?






'띵동, 띵동, 띵동'

첫 걸음이다, 첫 시작이다, 첫 상담이다.


내가 무엇을 상담받고 싶은지, 상담을 오게 된 계기. 첫 날이니 상담의 방향성을 잡는 이야기를 했다.

직장, 엄마, 안정되지 못한 내 상황, 불안한 미래, 

선생님껜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50분이 기본 상담시간인데 1시간을 조금 넘게 이야기 했던 것 같다.

나 이야기가 고팠구나, 

앞으로의 상담이 기대되어 설레이기도, 겁이 나기도, 조금 후련하기도, 우울하기도, 지치기도, 기대되기도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총 집합해 내 마음속에서 바글바글 거렸다.


'이런, 감정의 뷔페가 따로없군, 느끼고 싶은 감정만 골라서 마음에 담아두고 싶군....'


첫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들었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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