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내 나이면 과장쯤은 되어있어야 하는데 10살씩 어린 동료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
자기들도 리스크가 큰 것 같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손이 필요한 곳이 분명 이 대한민국에 하나 정도는 있겠지'
맞는 생각이었다.
같이 일 해 보자는 회사가 있었다.
그리고 첫 출근.
집에서 회사까지는 50분 남짓인데, 강남 한복판에 있고, 나는 무려 지하철을 3개 노선을 이용해야 했다.
나름 부지런 떨어서 일찍 가 있어야지 싶어 출발했는데 도착 예정 시간이 아슬아슬한 거다.
겨우 9시 땡 하고 도착할 거 같아 미리 전화를 할까, 첫날이니 그냥 모르는 척 갈까 고민하느라 머리는 바쁘고 발도 바쁘고, 어찌어찌 8시 55분쯤 되어 회사 문 앞에 도착했다.
심호흡하고, 노크를 했다.
"똑똑똑"
답이 없다.
못 들었나? 다시,
"똑똑똑"
또 답이 없다.
뭐지? 손잡이를 잡아 돌려봤다.
잠겨있다...
5분을 기다렸다. 누군가는 오겠지.
9시. 정각이 되었는데 아무도 없다.
아는 번호라고는 면접 때 받은 사장 명함밖에 없어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9시 10분.
뒤에서 "아, 일찍 오셨네요!"
이후에 다른 직원들은 9시 반, 9시 40분, 10가 다 돼서 오는 사람도 있었다.
추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때 워낙 바쁜 시즌이라 야근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 기준에 월요일이었고, 아무리 바쁜 시즌이었다 해도 출근시간에 체계가 없음은 내내 이 회사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을 주는 문제가 되었다.
그래도 이 시국에 일단 출근할 수 있는 게 어디냐.
'몇 주, 몇 달은 해보고 정 안되면 이직해야지'
그런데 같이 일하는 동료 중 처음으로 나에게 업무를 가르쳐주는 과장이 문제였다.
나보다 9살이 어린데 과장이라니 일을 꽤나 하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이 친구 참 말투도, 일도, 행동도 예의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고 느릴 수 있다. 물론 사장이 나에게 많은 기대를 안고 뽑았고, 그걸 또 다른 직원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가 나를 몹시 견제하고 있음이 말투와 표정과 손끝으로 하나하나 느껴질 수가 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도 굳이 큰소리로 "여기 있는 누구도 여태 이런 식으로 작업한 적 없어요!" 하고 소리치거나,
본인도 바빠서 설명도 대충 하고 설명으로만 듣다가 막상 업무에 적용하려면 모르는 게 있어 질문하면 인상을 팍 쓰고선 "뭐라고요?! 아까 설명할 땐 이해하셨다면서요!" 라며 면박을 주거나,
본인이 내 사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본인이 내 업무를 재차 확인을 하지 않고 놓친 부분이 생겨 윗선에서 알게 되면 내 탓부터 하기 바빴다. "00 씨가 그렇다고 했어요", 00 씨가, 00 씨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적대적이었다.
본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면 내 자리 뒤를 지나야 하는데 '지나갈게요', '비켜주세요'도 아닌, '비켜... 요',
본인이 맡긴 업무를 처음 하는 거라 몇 번 생각하고 실수할까 봐 확인을 거듭하고 하느라 본인의 속도만큼 쫓아 가지 못하자 급기야는 점심때
"얼마나 작업하셨어요?"
"얼만큼이요."
표정이 싹 정색이 되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다른 직원들을 쳐다보며
"나 밥 맛 없어졌어."
내가 혼자 공간과 사람이 낯설어 나에게 적대적이고 예의가 없는 행동을 하는 거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직원들에겐 언니 언니, 오빠 오빠, 다른 직원들 에게도 별명으로 하하호호하면서 집에서 싸온 떡이며 과일이며 나눠주면서 나에게는 웃음끼 싹 빼고 투명인간처럼 대해주는데 벌써 출근 두어 달 밖에 안되어 퇴사가 간절해 버린 것이었다.
사회생활이 처음인 생초짜도 아니고 나름 인생경험이 그래도 자기보다 9년 많은 사람인데 이건 좀 지나치다 싶어지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