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교주 Jun 13. 2021

내 자존감은 모래성이 되어...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했는데?

어렵게 취직을 했다.


그동안 면접을 보러 다니면,

[나름 원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두고 자격증이나 이전 직장의 업무 등.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보이지만 나이에 비해하는 일은 새로운 일이고,

솔직히 내 나이면 과장쯤은 되어있어야 하는데 10살씩 어린 동료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

자기들도 리스크가 큰 것 같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손이 필요한 곳이 분명 이 대한민국에 하나 정도는 있겠지'

맞는 생각이었다.

같이 일 해 보자는 회사가 있었다.



그리고  첫 출근.


집에서 회사까지는 50분 남짓인데, 강남 한복판에 있고, 나는 무려 지하철을 3개 노선을 이용해야 했다.

나름 부지런 떨어서 일찍 가 있어야지 싶어 출발했는데 도착 예정 시간이 아슬아슬한 거다.

겨우 9시 땡 하고 도착할 거 같아 미리 전화를 할까, 첫날이니 그냥 모르는 척 갈까 고민하느라 머리는 바쁘고 발도 바쁘고, 어찌어찌 8시 55분쯤 되어 회사 문 앞에 도착했다.


심호흡하고, 노크를 했다.

"똑똑똑"

답이 없다.

못 들었나? 다시,

"똑똑똑"

또 답이 없다.

뭐지? 손잡이를 잡아 돌려봤다.

잠겨있다...


5분을 기다렸다. 누군가는 오겠지.

9시. 정각이 되었는데 아무도 없다.

아는 번호라고는 면접 때 받은 사장 명함밖에 없어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9시 10분.

뒤에서 "아, 일찍 오셨네요!"

이후에 다른 직원들은 9시 반, 9시 40분, 10가 다 돼서 오는 사람도 있었다.


추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때 워낙 바쁜 시즌이라 야근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 기준에 월요일이었고, 아무리 바쁜 시즌이었다 해도 출근시간에 체계가 없음은 내내 이 회사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을 주는 문제가 되었다.



그래도 이 시국에 일단 출근할 수 있는 게 어디냐.


'몇 주, 몇 달은 해보고 정 안되면 이직해야지'


그런데 같이 일하는 동료 중 처음으로 나에게 업무를 가르쳐주는 과장이 문제였다.

나보다 9살이 어린데 과장이라니 일을 꽤나 하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이 친구 참 말투도, 일도, 행동도 예의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고 느릴 수 있다. 물론 사장이 나에게 많은 기대를 안고 뽑았고, 그걸 또 다른 직원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가 나를 몹시 견제하고 있음이 말투와 표정과 손끝으로 하나하나 느껴질 수가 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도 굳이 큰소리로 "여기 있는 누구도 여태 이런 식으로 작업한 적 없어요!" 하고 소리치거나,

본인도 바빠서 설명도 대충 하고 설명으로만 듣다가 막상 업무에 적용하려면 모르는 게 있어 질문하면 인상을 팍 쓰고선 "뭐라고요?! 아까 설명할 땐 이해하셨다면서요!" 라며 면박을 주거나,

본인이 내 사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본인이 내 업무를 재차 확인을 하지 않고 놓친 부분이 생겨 윗선에서 알게 되면 내 탓부터 하기 바빴다. "00 씨가 그렇다고 했어요", 00 씨가, 00 씨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적대적이었다.

본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면 내 자리 뒤를 지나야 하는데 '지나갈게요', '비켜주세요'도 아닌, '비켜... 요',

본인이 맡긴 업무를 처음 하는 거라 몇 번 생각하고 실수할까 봐 확인을 거듭하고 하느라 본인의 속도만큼 쫓아 가지 못하자 급기야는 점심때

"얼마나 작업하셨어요?"

"얼만큼이요."

표정이 싹 정색이 되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다른 직원들을 쳐다보며

"나 밥 맛 없어졌어."


내가 혼자 공간과 사람이 낯설어 나에게 적대적이고 예의가 없는 행동을 하는 거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직원들에겐 언니 언니, 오빠 오빠, 다른 직원들 에게도 별명으로 하하호호하면서 집에서 싸온 떡이며 과일이며 나눠주면서 나에게는 웃음끼 싹 빼고 투명인간처럼 대해주는데 벌써 출근 두어 달 밖에 안되어 퇴사가 간절해 버린 것이었다.

사회생활이 처음인 생초짜도 아니고 나름 인생경험이 그래도 자기보다 9년 많은 사람인데 이건 좀 지나치다 싶어지는 거였다.


아니, 어쩌면 내 태도가 그 과장에게 뭔가 실수하거나 심기를 건드린 게 있는 건가?

나를 견제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건가?

나를 돌아볼수록 이유를 찾을 수 없고, 마음은 우울함과 분노가 치밀기 직전이고.

자존심도 상하고 내 스스로 이런일을 대처하는데 형통하지 못한게 답답했다.



때가 된 거 같았다.

혼자 삭이지만 말고 나를 좀 깊이 돌아봐야겠다.


아는 지인에게 전화해 심리상담센터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가 심리상담을 받기로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일들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고신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