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인데 임산부가 아니다
미혼일 때, 더러 건너건너, 또는 TV에서,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유산이나 사산 등..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산모들의 이야기를 볼때면,
주변에서들 '엄마탓이 아니예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라는 말을 하는 걸 많이 보았고 들었다.
'맞지, 아기가 약하니까 결국 못버티고 그렇게 되었겠지.. 참 안타깝다.. 하지만 엄마도 마음이 정말 아플거야....'
라며 절반은 공감하지만 절반은 공감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정말 나에게 일어날 거라곤 상상해보기도 싫었다.
물론,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며 생각하며 유비무환의 자세로 삶을 살고는 있지만, 참... 닥치고 보면 그 아픔과 괴로움은 겪는자만이 아는 거 같다.
#MTX 주차 1차
지난 7월 8일 토요일.
교회 모임시간과 겹쳐서 애매하게 피검사를 하고 남편과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진료실에서 결국 자궁외진단을 받고 진료실을 나가려는데 허무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임신을 기뻐하지도 축하하지도 못했고,
화학적 유산으로 어쩔 수 없이 잃는 상실도 아니었고,
내 뱃속에 아직도 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걸 알면서 내가 살고자 약물을 써야했다.
종교인으로써 죄책감도 들고, 너무 미안하지만 내 몸이 망가질까 걱정되는 이기심도 앞섰다.
무섭다. 나의 마음이란...
잘 회복이 될까. 나이도 젊은것도 아니고. 벌써 중년의 나이인데 이래도 되는걸까.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 왜 하필 이런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나.
정말 오조오억개의 원망과 고민 감정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나를 괴롭힌다.
아직도 임신테스트기는 두줄이 선명히 나온다.
mtx 주사 후 11일 후
주사맞은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벌써 피검사도 두번이나 추가로 했다.
7월 8일 주사 맞은 날 1025점
7월 13일 피검사 700점대 진입(700점 후반)
7월 17일 피검사 733.8 점.
내일 7월21일 또 피검사를 간다.
임신을 하면 초음파를 많이 봐야할텐데.
나는 피검사를 일주일에 두번씩 한다.
#MTX 부작용
정확히 이게 주사 부작용이라 할 수는 없는 거겠지만,
이전에 없던 증상들이 있는데
피곤함
유독 너무 피곤하다...
임신 증상이 있을때부터 나른함과 무기력감이 있긴 했지만
주사를 맞고나니 어지러움을 수반한 피곤함이 엄청 나다...
주사맞고 2,3일 간은 순간 몰려오는 피로에 침대로 가서 쓰러지자 마자 잠시 잠이 들었다가 10,30분 후에 깨어나기도 했다.
2. 어지러움
주사 맞고 나니 입버릇처럼 '어지럽다~~' 라고 말하는데,
주사를 맞고, 남편과 바람쐬러 지난 월요일 강원도에 드라이브를 갔는데
그래도 비교적 다른 사람들과 달리 복통과 출혈이 전혀없어 맛집도 가고,
시장 구경도 했는데, 맛있는 도너츠를 먹다가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지며 어지움에 다리가 풀렸다....
천천히 바다도 보고 코에 바람 더 넣고 오려고 햇는데,, 급히 차로 돌아가 의자를 눕히고 그대로 넉다운... 병원에 전화해볼까 말하니,
남편이 전화라도 해줄줄 알았더니 나한테 핸드폰만 넘겨주고 본인은 회사 업무카톡을 열심히 하던.... ^^
온전히 나의 몫이지 뭐....
여튼, 아내가 갑자기 이렇게 되서 휴가를 휴가답게 쓰지도 못한 남편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ㅎ
3. 울렁거림
인터넷 서칭을 해보니 매스꺼움, 입덧처럼 나와 증상이 비슷한 케이스들이 많았다.
아마도 미량이지만 항암제 성분이다 보니.. 그런듯......
4.구내염
병원에서 주사맞기전 부작용 증상으로 설명해 주시긴 햇었다.
입이 허는 경우가 많다고.
원래도 조금만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구내염이 심해서 비타민 B를 달고 사는데,
간식으로 먹은 콘칩 쪼가리에 입천장이 헐었고 삼일간 국물 삼킬때 불편했다.
아물지도 않고 비타민제가 듣지도 않았다는 것...
#mtx 진행중
불행중 다행이라 해야는 건지,
아직도 복통도 출혈도 없는 점이... 나는 더 무섭기도 다행이다 싶기도,
근데 임신테스트기상 선이 흐려지지 않는걸 보니
내일 검사수치가 큰 변동이 없을거같다. 되려 오를 수도 있다보니
2차 주차 여부가 또 신경이 쓰인다.
또 다시 이 부작용, 또는 더 한 부작용과 함께 해야할 수도 있고,
수치가 더디게 내려간다는건 임신종결도 더디게 진행된다는 것....
이렇게 되야 한다는거,
빨리 종결되어 몸 관리에 집중하고 병원도 실컷다니고 운동도 실컷하고 싶은데
어딘가 있을지 모를 조직이 터져버릴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힘들다.
#내 탓이 아니야
자꾸 평소에 아픈 몸을 돌보지 못한 내 탓으로 결과가 이렇게 된건가,
내가 임신에 대한 믿음의 확신이 부족했어서 이렇게 되었나,
자책할 이유를 찾게 되는데,,,
결국은 내 영혼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의 표정하나와 말투 하나에 눈치체고
기도해주시는 분도, 맛있는 먹을거리로 기분전환 시켜주는 친구도,이전의 재능넘치는 나로 돌아오라 응원해주는 친구도,,
그런 사소한 응원들로 또 웃음짓고 기분이 나아지기도 한다.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때에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라."
-이사야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