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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교주 Apr 25. 2024

교회언니의 안 성스러운 이야기-3

더 가까워진 폐경

제대로 된 난자가 나올까. 정상 배아가 만들어질까.

이식은 할 수 있을까.

헛짓거리 하는거 같다.

돈. 감정.시간. 체력 모두 쏟아버리고 빈껍데기만 남을거 같다.


아이가 없을 미래에 대해서도 차차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겟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는데.

생리도 안하니 더 우울하다.

초경부터 생리통이 어마어마해서 30년을 날 괴롭게하고 아프게 하던 생리가 멎을수도 있다.

얼굴에 주름살이 좀 더 자글자글 해지고 아이가 중고등학교 갈 즈음 갱년기가 오는건 줄 알았는데

어쩌면 벌써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난자 채취를 하고 13일째 인데 아직 생리를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여행기간 하고 겹치지만 마라-하면서 피임약을 먹을까 어쩔까 전전긍긍 했을텐데

지금은 혹시나 이대로 생리가 멈춰버릴까봐 전전긍긍이다.

한 때 결혼이 늦어지면서 이대로라면 나는 아이도 가질 수 없을텐데 뭣하러 자궁을 갖고 있냐며 몹쓸 농담을 했어서 인가.

이제 신혼 2년차 인데 우리 부부가 곧 섹스리스가 될 지도 모르겠다.


 기도제목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어느정도 난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곳이 교회밖에 없는데,

생각보다 그들은 남의 이야기 듣 듯 한다.

생각보다 공감해주지 못하고 겉으로 흘겨듣고 본인들의 생각만 말하는거 같다.

과연 신실한 믿음의 근원에서 하는 말들일까 의구심이 간다.

아니면 내가 믿음이 부족해서 정말 나이 40이 넘어서도 아이를 주실줄로 믿고 기 다리만 하는건데 안달볶달 하는건지,

믿음이 부족한 내 탓을 해야 하는건지 정말 혼란스럽다.

교회 모임이 싫어지고 와중에 자꾸 계절마다 교회 절기마다 단복을 사입으라하는 중창단 활동도 부담이 많이 된다.

어느것 하나 맘에 드는것이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나의 삶과 하루가 매우 버겁고 지친다.

오늘의 은혜로 살자고 다짐하고 어느날은 그렇게 감동속에서 눈물을 흘리다가도 

그 ‘오늘의 은혜’가 100중의 1밖에 없는거 같은날, 그런날이 오늘 같은 날 같다.


난자질을 개선하는데 항상화 주사가 도움이 될수도 있다하여 나름 거금을 주고 몇 회기 결제를 했다.

3회차 백옥주사를 맞으러 가서 너무 아팠다.

조무사님이 경험이 부족하신지, 내 혈관이 찾기가 원래 어렵기는 하지만 오른팔에 주사바늘을 네번이나 찌르고서야 왼팔에서 결국 혈관을 찾았다.

마음이 조급하셨는지 팔을 조이는 고무줄도 안 풀고선 약이 안들어간다고 하시고. 약이 혹시나 안 들어갈까봐 걱정되신건지 주사맞는 10분 내내 옆에서 계속 바늘을 만지작 거리셨다.

잠깐 30분 집이 아닌곳에서 눈 좀 붙이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바늘로 이리저리 헤집어진 오른쪽 팔 혈관이 퉁퉁 부어오르고 내일은 크게 시퍼런 멍이 들거 같다.

화풀이 대상으로 병원에 클레임을 걸까도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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