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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교주 Dec 29. 2023

교회언니의 안 성(聖)스러운 이야기-2

나의 십자가

"마음 편히 내려놔. 임신은 마음을 비워야 생긴데"

"그냥 신혼을 즐겨. 이제 결혼 1년이잖아."

"지금이야 아이가 안생기니까 힘들다 그러지, 막상 키워봐. 너무 힘들어 진짜."

"시험관 하면 여성암 생긴다던데. 몸에 무리가니까 하지마~"

"유산하면 자궁이 깨끗해져서 다음번엔 임신이 더 잘 된데~"


난임병원 다닌지 6개월 차. 개월수로만 보면 뭐 아직 신입 햇병아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내 나이 40이 넘었다고 하면 이미 표정부터 어두워진다.

인터넷 기사로도 흔히 접하듯이 가임여성이 출산하기 좋은 때는 35살 이전. 

나도 결혼전에는 왜 임신과 출산을 나이로만 제한하고 나이가 기준이 되어야만 할까.

참 성차별적 의식이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좀 더 왜 여성이 35살 이전에 출산을 하는게 유리하고 유익한지를 좀 더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알려주었더라면... (일찍 알았다고 결혼을 의지데로 일찍할 수는 없었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나의 난소기능이나 임신을 위한 의학적 방도를 강구하지 않았을까.)


뭐 결혼과 출산에 의의가 있으면서도 내 몸을 돌아보지 않은 내게도 책임이 더 크지만. 

우리나라의 성의식. 특히 정말 임신과 출산에 대한 문화와 의식은 많이 미개하고 보수적이며 낙후되어 있다는 걸 난임생활을 시작하며 많이 느끼게된다.


난들 결혼하자 마자 신혼을 즐길 틈 없이 아이를 갖고 싶어서 난리를 쳤겠는가.

그래도 곧 아이가 생기겠지. 남편과 늦게 만난 만큼 순간 순간을 추억하고 기념하고 싶어 말 그대로 신혼을 잘 즐겼음에도 몸에 이상이 생기는걸 감지하게 됐다.

생리불순. 이미 30대 후반부터 생리양상이 이상하긴 해서 노화가 되고 있구나- 하긴 했지만 이게 난임의 징후일 줄이야 알았겠냐 말이다.

난들 신혼 1,2년 안 즐기고 싶겠는가.

근데 아이가 생기면 아이와 나이차가 40살이 넘어버리는데. 나만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것도 이기적인 생각 아니겠는가. 더구나 생물학적 한계가 있는데 1,2년이 나에겐 시한부 같은 마음을 알겠는가 말이다.

아이가 생기면 더 힘들다..... 그들이 난임을 겪어 봤는가 묻고싶다.

물론 갈수록 세상이 험악하고 경게적으로, 물리적으로 뒷받침이 안되면 뒤쳐지고 무시당한다는것도 다고 겪어보고 또 옆에서 지켜보아 잘 안다.

하지만 우리 가정은 크리스찬 가정이고, 하나님의 섭리안에서 성경이라는 진리안에서 양육하고 훈육할 것이기 때문에 아이키우는데 몇억이 필요하고 조부모가 부자라야 살만 하다더라. 이런 세상적 풍월들에는 흔들려서는 안된다. 

시험관을 하니 여성암이 생기는것도... 정말 해보니 유방에 이상소견이 있어 지금 정밀 검사를 고심하는 중에 있지만 비단 단 몇번의 호르몬주사와 약으로 생긴 부작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나의 난소기능이 얼마 남지 않는 이 시점에 사실 나의 몸 사리것보다 난소와 자궁이 조금이라도 기능을 할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게 나의 마음이다. 

한번도 출산해본적 없는 내가 자궁이 깨끗해진다는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인공유산으로 소파술을 한 경우라 자연유산처럼 몸의 자정기능에 의한 과정이 아니었기에 사실 자궁유착이나 폴립의 가능성이 더 큰데... 


다들 왜 무슨근거로, 어떤 경험으로, 이렇게들 말하는건지 여간 예민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지금 내가 임신이 안되는걸 누구탓이라고 하면서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거 같다.


23년 3월, 산부인과를 가서 나이가 있다보니 궁금해서 해본 난소기능검사 에서 난임을 알게 되었고,

6월에 첫 시험관을 시작으로 현재 12월까지. 딱. 한 번의 난자채취, 딱 한 번의 배아이식 밖에 못했다.

자연임신으로 치면 6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게 어려워서 난임병원을 다니는데 6개월 간 나의 임신시도는 1번 밖에 되지 못한것이다.(물론 시술을 쉬는 텀동안 자연임신 시도는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으니까.)

이른바 현타가 온다.

이런 나에게 마음편히 가지고 신혼을 즐기면서 아이 키우기 현실적으로 개 빡세니 몸 상하게 하지 말고 있으면 된다는 위로는 나에게 위로가 아니다...



난임카페 (인터넷 카페) 에서 보면, 

난자채취 갯수가 7개라 속상해요~ 난자채취 갯수가 21개나 나왔데요~

라며 갯수를 가지고 일희일비 하는 모습도 쉽지않게 보인다.

나 같이 난소기능저하로 몇 개월에 하나 채취하는 사람들은 게 중에서도 경우가 드물어 카페내에서 활동도 뜸하다. 

어쨋던 같은 난임의 길을 겪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내 상황, 네 상황 가름지으며 아마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또 절망을 해야하는 것....


주변에 그 누구도 나의 상황을 똑같이 겪어 본 사람은 없기에 내 입맛에 쏙 맞는 위로를 받기는 당연히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


지난 주일은 성탄절이었다.

기념하여 교회에 100일 이내의 어린 아이들이 유아세례를 받는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온 성도와 목사님이 함께 그 자그마한 아기, 하나의 소중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해주는 그 영광스러운 순간을 누리게해준 부모와 아이가 부러웠다.

나도 6월에 겪은 임신이 정상임신으로 잘 성장하였다면 지금쯤 뒤뚱거리며 걷고 아이 태명도 짓고, 이름도 슬슬 고민해보고, 미래를 설레임으로 고민하며 살고 있었겠지.

언제까지 지나간 과거만 보며 눈물짓고 한 숨 지어야하는지. 내 자산이 답답하고 안쓰러워 몇번이고 다시 일어나자 다짐하지만 반복되는 건강이슈와 의지와 다르게 가는 시험관 경과. 

유투브나 sns의 누군가의 임신소식, 누군가의 난임일기를 보면서 눈물짓거나 질투하기를 일상처럼 반복하는데 나에게 유익한것이 하나도 없어 인터넷 난임카페도 탈퇴해 버렸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고 있듯, 나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난제. 난임.



그런데 문득. 어느날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려고 씻는 남편의 우당탕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는데 감사함으로 마음이 가득찼다.

오늘도 사랑하는 남편이 무사히 눈을 떠서 하루를 준비할 수 있구나. 내가 하루밤을 잘 보내고 남편의 출근을 볼 수 있구나.

사랑받아 마땅한 저 남자를, 나의 남편이라고 부를수 있어서 감사하구나.

우리가 가정을 이룸이 아이를 낳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선은 부부가 근본이 되는 것이었지. 물론 성경에도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시지만 생명은 하나님 소관이니까. 우리가 서로 섬기는 것이 우선이지.

아이가 있어도 부부를 먼저 섬겨야 하는 것이지. 아이가 없으니 우리는 더욱 서로에게 집중하고 섬겨야지.



에베소서 5:22-25

22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23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바로 몸의 구주시니라

24   그러므로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아내들도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

25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 




이런 마음으로 [소중한 오늘 하루의 사랑받아 마땅한 남편]이라고 생각하니 남편이 흘려놓은 빵부스러기도, 남편이 허물처럼 벗어놓은 빨래도 이쁜거 까지는 아니지만. 기꺼이 내가 섬기자. 라는 마음이 될 수 있는거 같다.

많은 부부들이 아이가 생기고 양육하는 과정을 통해 부부사이가 소원해지듯, 난임부부도 그 험난한 과정을 통해 부부사이가 틀어지고 험악해 진다고 한다.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로 각자 몇십년을 각 가정의 자녀로 살다가 어느날 뿅하고 태어난 아기의 부모가 되는것이 당연 쉬울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로 인해 부부가 사라지지는 않도록. 나와 내 남편은 아직 아이가 없어 그 근본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오늘이 있음에 감사하기로 한다.


어차피 나와 같은 삶이 아니기에 그 누구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위로해 줄 수없다. 스스로 극복하고 감당해야만 하는 나의 십자가가 되어 버렸기에 결국은 나는 나의 십자가에 순종할 수 밖에 없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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