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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Apr 26. 2018

TV속 스타, 유튜버가 되다

TV라는 거대 플랫폼에서 손바닥 안의 유튜브로 '역진출'한 연예인들

"뭐가 아쉬워서?"

"오죽 불러주는 방송이 없었으면... 쯧쯔"

출처: 강유미 유튜브 캡처


 얼마 전까지도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연예인들에게는 그다지 곱지 않은, 혹은 '짠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대중의 인식 속에는 매체에도 이른바 '서열'이 있으며, 그 콘텐츠의 영향력이며 퀄리티며 수입을 따졌을 때 단연 서열 1위의 매체는 텔레비전이요, 모바일은 그 후순위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에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올리는 연예인들을 향해 '불러주는 방송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저렇게라도 수입을 벌기 위해 애쓰는구나'하는 시선이 생긴다. 


 그러나 끼가 넘치고 할 말이 많은 이들이 언제까지나 방송국에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찾아주기를, 자신에게 꼭 맞는 예능 캐릭터를 만들어주기를 목 빠지게 기다릴 수는 없다. 그거야말로 재능낭비 아니겠는가. 이들에게 유튜브는 TV에서 정형화된 '예능 캐릭터', 고정된 관념과 역할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방송에서 못다 보여준 이야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채널이다.


1. 유병재, "Too Young for TV"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토마토랩.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유병재와 매니저 유규선이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프리스타일 랩배틀을 하는 모습이 방송된 것은 굉장히 반가운 사건이었다. 방송이 나가기 전에 나는 이미 유튜브를 통해 해당 랩배틀 동영상을 본 상태였는데, 이게 지상파에 진출하다니.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알고보니 유규선이 문상훈의 자기소개 랩을 훔쳤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주며 "이걸 보고 오해가 풀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던 것이다. 유튜브에서 먼저 '오리지널 콘텐츠'를 실시간으로(라이브 방송) 생산하고, 몇 주 후 방영된 TV 방송에서 이에 대한 디테일을 덧붙인다. 모바일/웹과 지상파 방송의 멋진 콜라보다.


 유병재는 연예인들 중에서 SNS를 가장 '힙'하고 재미있게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례로 화제가 됐던 '유병재 그리기 대회'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으며, 유병재는 화제의 작품들을 활용해서 또 하나의 유튜브 라이브 콘텐츠를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유병재의 유머는 '젊다.' 방송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라면 억지로 까불까불하고 목소리를 크게 내며 외향적인 사람을 '연기'해야 했던 과거의 방송 스타일과는 달리, 유병재는 유튜브 동영상 속에서 소심하고 잘 상처받으며, 제멋대로 내향적인 자아를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며 <전참시>에서 전현무는 "원래 저렇게 하는 거예요?"라고 신기해한다. 남을 위해 억지로 내 기분을 꾸미기보다는 어색하다 싶으면 마음껏 어색해지고, 기분이 나쁘다 싶으면 실컷 토라지는 그의 모습이 2030세대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추천 영상

1)'유병재 ASMR': 이 영상을 보기 전에 스윙스가 모 대학 축제에서 마이크를 들고 열변을 토해내는 직캠 영상을 먼저 본 후 감상하길 권한다. 대학 축제의 젊은 열기에 취한 스윙스가 마이크를 쥐고 고래고래 쏟아낸 직설을, 어두운 밤 방 안에서 유병재의 말똥한 두 눈을 단 둘이 바라보며 속살거리는 목소리로 들을 때의 참을 수 없는 민망함과 통쾌함이 당신을 실컷 웃게 할 것이다.

2) '울음 참기 챌린지': 유튜브에서 감동적인 영상을 보면서 유병재가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영상. 첫 번째, 두 번째 동영상까지는 눈물을 흘려도 그러려니, 하는데 세 번째 영상을 보는 순간 나는 실소가 터졌다. 자신의 아들의 '철없는 발언'을 사과하면서 억지 눈물을 흘리는 정몽준을 보면서 덩달아 눈물을 쥐어짜는 유병재라니. 


 

2. 홍진영, "언니가 다 알려줄게"

페리페라 틴트워터 05호 딸기쥬스라고 합니다.

 24시간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자타공인 '흥진영', 가수 홍진영은 TV 속에서 맹활약을 펼치고도 아쉬운가 보다. '쌈바홍'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는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듯 시원하게 쏟아낸다. 게임, 노래, 방송 비하인드, 뷰티 등 정해진 주제 없이 자유롭게 올리는 스타일이지만,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메이크업 영상이다. tvN <인생술집>에 그가 출연했을 당시 메이크업이 예뻤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접한 그가, 자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함께 출연해 그 때의 메이크업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준 것이다.


 이 영상은 평소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던 시청자들의 가려운 점들을 전부 시원하게 긁어버렸다. 우선 '샤땡', '입생로땡' 거리며 어차피 다들 아는 브랜드 명을 애써 가리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홍진영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시원하게 브랜드 이름을 지른다. "이거 에스쁘아 거예요!" 왜 그러는 거냐고? 혹시 협찬 들어온 거 아니냐고? 아니다. 좋은 건 좀 같이 알자는 거다. 홍진영은 자신의 메이크업을 구태여 '고급 정보' 취급하며 숨기기보다는, 궁금증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서 속시원하게 알려주고픈 것이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은 이렇게 쓰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영상에서 홍진영은 부지런히 댓글창을 살피며 혹시나 시청자들의 궁금한 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매의 눈으로 짚어낸다. "지금 틴트 어디 거냐고요? 페리페라." "이거 스펀지는 어디 거냐고요? 클리오 거예요." 아낌없이 정보를 공유하는 홍진영의 정성에 탄복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옆에서 꿀팁들을 부지런히 전수한다. "이 스펀지는 물에 적셔서 물기를 꼭 짜낸 거예요!"


 또한 홍진영은 <수요미식회>에서 갔었던 곱창집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천연덕스레 동영상 제목에 바로 노출시켜버린다. 이처럼 인생 선배로서, 언니로서 먼저 알게 된 좋은 꿀팁들을 아끼지 않고 전부 알려주니 여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그가 '국민 언니', '갓데리'가 될 수밖에 없는 비결이다. 


*추천 영상:

역시 가장 큰 화제가 된 메이크업 영상. '홍진영의 인생파데' 1, 2, 3탄 시리즈를 추천한다.


3.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

 내가 어린 시절, <개그콘서트>의 코너 '사랑의 카운셀러'와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내게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던 코미디언 강유미. 그녀는 요즘도 개그콘서트에 출연하지만, 솔직히 '개콘'의 그녀보다는 유튜브에서의 그녀가 훨씬 재미있다.


 내 기억 속 언제나 재미있는 그녀, 언제나 실패없이 나를 웃겨주었던 강유미인데 어느 시점부터 TV에서 그녀가 자주 보이지를 않았다. 저렇게 예능감이 있고 재능이 넘치는 강유미를 두고, 자꾸만 TV는 지겹도록 봐온 남자 예능인들만을 내놓았다. 유재석, 전현무, 김구라, 서장훈, 박명수 등등, 그 흔한 이름들만을.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이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슬슬 걱정이 됐다. 강유미는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까? 혹여 밥을 굶거나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동안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다행히 지금의 유튜버 강유미에게는 상당한 협찬이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협찬사의 물품들로 강유미는 절대 뻔한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그녀만의 천재적인 개그감을 100퍼센트 활용해서 정말 예상치도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가령, 이니스프리 제품을 가지고 "전남친 결혼식의 청첩장을 받은 여자를 위한 피부관리숍 ASMR"을 만드는 식이다. 그녀의 특기인 '한본어(일본어처럼 들리지만 잘 들으면 전부 한국어인 엉터리 일본어)'를 활용한 영상도 재미있다.


  강유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업로드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그가 업로드한 비디오의 제목들을 쭉 훑어봤지만, 딱히 짚이는 맥락이 없다. 중구난방이다. 그리고 이는 유머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서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어떤 소재에서도 무궁무진하게 재미를 뽑아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부디, 그녀가 떼돈을 벌어서 억만장자가 되길 바란다.


*추천 영상:

"[ASMR] 전남친 결혼식 에스테틱" "혼놀하러 동물원 다녀왔어요. feat. 한본어"


4. 지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며칠 전 인터넷 연예뉴스 면에서 엠블랙 출신 지오가 아프리카 BJ가 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이 소환됐다. 엠블랙. 비스트와 거의 동시에 데뷔해서, 두 그룹 중 누가 2PM이 표방하는 '짐승돌'의 계보를 이을 것인가를 두고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엠블랙을 TV에서 오래 보지는 못했다. 회사의 문제인 건지, 시기의 문제인 건지, 멤버 개개인이 가진 매력과 실력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이래저래 그냥 운이 없었는지. 그래도 나는, KBS <불후의 명곡>에 고정 멤버로 출연해서 매회 가창력을 뽐내던 '수염돌' 지오를 기억한다. 아이돌 치고는 꽤 파격적이었던 그 수염이 문제였나? 나는 그의 수염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그 연예기사에는 어김없이 "듣보잡", "망하더니 결국 별풍선으로 먹고 사는구나"라는 조롱조의 악플이 달렸다. TV에서 아프리카로, 유튜브로 옮겨간 것이 누군가는 자존심 구기는 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미디어에 귀천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이 모바일로 활동 영역을 옮긴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에서, 지오는 "4년 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2년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1인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물론 그 뒤에는 더 많은 고뇌와 사정들이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가 설명하는 이유는 그러하다.


 방송에서 못다 뽐낸 가창력을 실컷 보여주는 노래 영상에서, 게임, 연예상담, 먹방까지. 그의 콘텐츠 주제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주제는 '연예계 뒷이야기'이다. 지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실체" "계약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 등의 영상에서, 연예인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향해 현실적이면서 진심이 담긴 충고들을 건넨다. "7년 계약만을 권유하는 회사엔 들어가지 마라. 좋은 회사라면 아무리 짧은 계약 기간을 제시해도 받아들여 준다." 등등. 한때 아이돌이었지만 지금은 자유인이 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왜 이제와서 폭로질(?)이냐"며, 또 이에 대해 누군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이런 폭로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내 새끼'가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스트리밍을 돌리고 굿즈를 사고 콘서트에 가며 아이돌 시스템 전체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지만, 실상 아이돌을 응원하는 일은 그 모든 불합리한 일(인권 침해적인 연습생 제도, 불합리한 계약, 청소년 착취, 음원사이트 순위 조작 등등)에 동의하는 일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무튼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BJ'가 되었음을 선언한 지오는 그가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열심히 발견해나가며 왕성한 활동 중이다.

 아, 이제 그는 여자친구도 당당하게 공개해서 함께 방송까지 한다. 그가 아직도 아이돌의 신분이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다. 나는 아직도 god 박준형이 열애로 인해 그룹 퇴출 위기까지 놓이면서 "나 이제 서른 두살이라고요!!! 유노??" 하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던 일이 생생하단 말야. 



5. 악동뮤지션 이수현, "건강하게 빛나는 코랄빛 자아"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예전에 악동뮤지션이 한 TV 프로그램(어느 프로그램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에 출연했을 때, 이수현은 "뷰티에 관심이 많아서 뷰티 유튜버를 해 보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고, 나는 그때 솔직히 비웃었다. "하고 싶어한다고 다 할 수 있는 줄 아나?" 아마도 나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통통하고 말간 어린아이의 얼굴 속에 파묻힌 올망졸망한 이목구비가, 화려하고 세련된 평균적인 뷰티 유튜버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불과 몇 달 후, 이수현은 진짜로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고야 만다. '모찌피치'라는, 통통하고 발그레한 얼굴을 가진 그녀에게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닉네임을 들고서. 온스타일 <겟잇뷰티>까지도 진출한다.


 한 토크쇼에서 이수현은 메이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이야기한 바 있다. 타고난 이목구비를 바꿀 순 없고, 성형은 하기 싫고, 하지만 어느 날 연예인은 되었고. 그 때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더 예뻐질 수 있는 방법이 화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하루 일과가 끝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 언니가 해 준 화장을 얼굴의 반쪽만 지우고선 혼자서 다시 처음부터 똑같이 따라해보며 화장 연습을 했다고. 화장에 대한 그녀의 정성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성형은 절대 안 할래요"라고 소속사에 호소했다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수현은 자신의 외모에 긍정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싫어하지 않으며,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자아를 갖고 있다. 그녀는 유튜브 채널에서 여전히 당당히 민낯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 그녀에게 화장은 즐거운 취미이자 특기이며, 기분과 계절에 따라 갈아입는 옷처럼 나를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수단이다. 노래를 할 때에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수현은 메이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노래를 부를 때만큼이나 얼굴이 반짝반짝거린다.


 또한 '모찌피치'는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으로서의 자아를 오가며 자신이 가진 것을 백분 활용하는 영리한 유튜버다. 그녀의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보는 주 시청자층이 학생들임을 감안해서 '로드샵 아이템만으로 완성하는 가을 메이크업'을 선보인다든지, 처음 <K팝스타>에 출연했을 때보다 확연히 날씬해졌다는 반응을 반영해서 '빡센 다이어트 비법'을 담은 영상을 만든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활용해서 직접 '모찌피치 로고송'을 만든 것 또한 포인트. 


*추천 영상:

1) '겟잇뷰티에서 우승한 모찌피치 메이크업 대공개'

2) '로드샵 저렴이템 추천! 모찌피치 새내기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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