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이 될 5살의 내 딸에게

천 번이고 만 번이고

by 조피쓰

아빠는 요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천 번이고, 만 번이고"라는 말을 자주 해.


할아버지 할머니가 연세가 많이 드셔서, 예전처럼 행동과 말이 빠르지 않고, 기억력도 깜빡깜빡하셔. 시간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래서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같은 것을 여러 번 설명해 드려야 해. 물어본 것을 또 물어보고, 했던 일을 또 해드려야 할 때도 있어.


그럴 때마다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해달라고 하세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물어보세요."라고 말해. 정말 이게 아빠의 진심이야. 하지만 여기에 하지 않은 말이 있어. 그게 뭐냐면 "건강만 하세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친절하고 기쁘게 알려드릴게요."라는 말이야. 이 말은 아빠가 은이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의 엄마 아빠에게 속으로 간절히 하는 말이야.


요새 부쩍 늙어가는 은이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빠는 무척 걱정되지만, 건강하셔서 은이가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손잡아 주시고 봐주시리라 믿어.


그런데 아빠는 이 말을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만 하지 않게 되었어. 우리 은이한테도 그런 마음으로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해달라고 물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 건강만 해줘. 아프지 말아 줘.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우리 은이가 해달라고 하는 거, 궁금한 거 얘기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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