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살이 될 6살의 내 딸에게

우리만 아는 대화

by 조피쓰

하나, 둘, 셋


아빠가 한 네다섯 살 때쯤이었던 것 같아. 장위동 집에서 할아버지가 다니는 이발소까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아빠는 따라갔어. 그때 할아버지는 아빠에게 손으로 할아버지가 신호를 보내면 무슨 말을 하는지 맞춰보라고 제안하셨어. 손을 잡고 쥐었다 폈다 하면서 속에 있는 말을 하는 대화법이었어.


이 대화를 고모랑도 하셨다고 했어. 마치 우리 집안의 비밀의 대화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효진이 희진이 언니랑도 아빠는 이 대화를 나눴는데, 기억나냐고 물어봐야겠다.


이 대화법으로 할아버지와 아빠는 대화를 시작했어. 아빠의 손을 잡은 채 할아버지는 손을 세 번 쥐었다 폈다 하셨어. 하나, 둘, 셋. 아빠는 할아버지의 이 대화를 알아차리지 못해 무슨 뜻이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사랑해"라고 음절에 한 번씩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고 하셨어. 또다시 할아버지는 하나, 둘, 셋 아빠 손을 쥐었다 폈다 하셨어. 아빠는 "사랑해"라고 했고, 할아버지는 맞았다고 어떻게 알았냐고 정말 신기하다고 하셨어. 아빠도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아빠는 할아버지한테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엄청 많이 쥐었다 폈다 해서 할아버지가 잘 못 알아들으셨어. 그래서 아빠는 무척이나 재밌었어. 어른인데 아이가 하는 말을 모른다고 ㅎㅎ 그런데 지금 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가 아마 수십 번을 손을 쥐었다 폈다 한 것 같아. 아빠는 할아버지에게 "아빠, 나는 지금 모가 갖고 싶어요"라고 하면서 13번도 넘게 손을 쥐락펴락했었어.


그리고 이 손 대화를 엄마랑도 해봤어. 은이의 엄마랑 했을 때도 엄마는 아빠가 하는 이야기를 다 알아챘어. 정말 신기한 일이지? 나중에 은이가 크면 아빠랑 엄마랑 할아버지한테 배운 이 대화를 같이 해보자.


미리 얘기할게. 아빠의 첫 대화는 이미 정해졌어. 아빠는 은이 손을 잡고 세 번 쥐었다 폈다 할 거야. 답은 뭘까? 사실 지금도 맨날 이미 은이한테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