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고 흐드러지는 봄을 수도 없이 보낸 뒤
나는 꽃 피는 4월에 죽고 싶다.
언젠가 나와 은이가 이 세상에서 작별하는 날이 올 게다. 은이가 어릴 때 '우리 아빠 돌아가셨어' '아빠는 어디 갔어?'라는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을 나이에, 은이가 다 크고 결혼도 하고 아니면 행복하게 혼자 사는 걸 보고 나서도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나는 꽃 피는 4월에 죽고 싶다.
하나는 4월이 내 딸 은의 생일인 10월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달이기 때문이다. 은이 생일이 가까운 날에 내가 죽으면 생일이 즐겁지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은이의 생일은 즐겁고 감사한 날인데, 내가 죽은 날이 은이의 생일과 가까워, 은이가 그로 인해 조금이라도 슬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가 세상과 안녕하는 날이 은이의 생일과 최대한 먼 날이면 좋겠다.
또 하나는 많이 부족한 아빠지만, 아빠가 하늘로 간 날이라고 은이가 나에게 찾아온다면, 그 길이 너무 춥거나 혹은 너무 덥거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꽃이라도 펴서 은이가 오는 길을 마중해 주고, 나를 보고 가는 길에 그 꽃들이 내 딸을 배웅해 주면 너무 고맙겠다.
그렇다고 5월은 또 싫다. 가정의 달이라 싫다. 어린이날에 은이와 많은 추억을 쌓을 건데, 그때 생각에 슬퍼할까 봐 싫다. 은이가 성인이 되고 서른 살이 되고 마흔 살이 되어도 나는 은이의 어린이날을 챙겨줄 건데, 그때마다 그 추억이 슬픔이 될까 싶어 5월은 싫다.
사람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이러이러해서 나는 꽃 피는 4월에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