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대기 배우 언더스터디를 아십니까?
스물네 번째 이야기
‘언더스터디’는 배우가 갑자기 대체되어야 할 경우에 대비하여 같은 배역을 연습하여 대기하는 사람을 말하는 용어로 우리 말로는 ‘대기 배우’로 순화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대극장 공연이나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주연의 경우 대기 배우를 정해 놓는다. 유명해진 모 배우는 이 대기 배우 시절, 주연 배우 대신 무대에 선 것을 계기로 얼굴을 알리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 대기 배우가 주연 대신 무대에 서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연 배우 대신에 무대에 서서 자신의 역량과 진가를 발휘하여 혜성처럼 스타가 되는 경우도 일반적이지 않다. 물론 새로운 스타는 그런 수많은 도전과 긴 기다림을 이겨내야만 탄생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은 더블 캐스팅을 넘어 트리플 캐스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 관객들도 이 대기 배우의 존재를 잘 모른다.
연극 <언더스터디>에는 할리우드 톱스타 브루스의 언더스터디가 된 제이크와 그런 제이크의 언더스터디를 맡게 된 해리, 작품의 무대감독 록산느가 등장한다. 이들은 20세기 최고의 문학가로 손꼽히는 프란츠 카프카의 가상의 미공개 작품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이야기는 언더스터디 무대 리허설을 하기 위해 세 사람이 모이면서 시작된다.
작품의 주인공 부르스의 언더인 제이크는 최근 영화 흥행으로 잘 나가는 스타가 됐다. 제이크의 언더를 맡게 된 해리는 무명의 연극배우다. 무명 배우가 자신의 언더인 것이 불만인 제이크와, 연기력이라고는 없는 제이크가 잘 나가는 것이 못마땅한 해리는 연습 내내 사사건건 부딪치며 갈등을 일으킨다. 여기에 무대감독 록산느는 몇 년 전 결혼식을 앞두고 사라져 버린 옛 약혼자 해리와 당황스러운 재회를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쇼 비즈니스계의 냉혹한 현실을 웃음과 위트로 풀어낸 블랙코미디이다. 하지만 우리 삶으로 옮겨와 대입을 시켜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내용이 된다. 대기 배우는 말 그대로 대기 배우다. 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그가 얼마나 공연에 열과 성을 다하는지는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연극도 표가 팔려야 다음 무대를 올릴 수 있고 월급을 줄 수가 있다. 공연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다.
제조업은 물건이 팔려야 하고, 가수는 음원이 팔려야 하며 작가는 글이 팔려야 한다. 팔고 싶은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을 팔아야 하는 것이 적용되는 세상이다. 내가 팔릴만한 사람이거나 팔릴 무언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
흔한 말로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지만 기회가 아예 오지 않는다거나 기회가 와도 잡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준비되지 못한 사람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언더스터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