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정 Jan 07. 2022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혹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이야기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2015년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당시에는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나도록 머릿속을 맴돌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영화에는 국내 내노라는 배우들이 나왔다. 

김민희, 정재영, 고아성, 유준상, 윤여정, 최화정 등 단편 영화로는 초호화 캐스팅이었다.


영화는 무채색의 평면 같았다. 

뮤지컬이나 연극의 연기가 편하고 속도감에 익숙한 나에게 

이 영화는 작은 선술집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평범한 대화를 엿듣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은 동일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두 번 반복된다. 

영화감독 함춘수는 실수로 자신의 영화 강의가 있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간다. 

그곳에서 들른 궁궐에서 윤희정이란 화가를 만나게 되고, 

함은 윤의 작업실을 구경하고 저녁엔 소주도 함께 하며 가까워진다. 

함은 카페에서 윤의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된다.


뒤이어 반복되는 두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와 기본 골격은 같다. 

하지만 주고받는 대화와 서로의 반응, 그리고 서로 같은 듯 보이나 결말이 달랐다.

'이게 뭐지?'란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무 일상적인 함과 윤의 대화는 낯설었다. 

드문드문 끊어졌다 이어지는 긴 정적과 여백은 어느 장르에서도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게 현실 속 우리의 대화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너무 세련되게 합이 맞춰진 드라마나 영화 속 세상에 익숙해져 

스크린을 통해 본 현실의 무덤덤한 대화와 심심한 그림에 오히려 놀란 셈이었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인생의 한 끝 차이가 만들어 내는 

서로 다른 결말을 어떤 치장도 없이 날 것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혹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많은 이야기들.

맞고 틀린 그 중심에는 사람이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진 변수가 작용해서 일거다. 


잠깐의 선택이,

단 한 마디의 말이,

순간의 결정이,

엄청난 결말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가상현실로 체험해 본 듯한 영화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촌에 가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