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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Feb 12. 2022

온라인으로 공연 보기

오늘 연극 한 편 보실래요?





코로나가 호환마마처럼 우리에게 무서운 역병의 그림자로 등장했던 2020년.

매주 공연을 보고 리뷰를 쓰는 나는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확진자가 1명 발생하면 그 사람이 이동하는 모든 동선이 만천하에 공개되던 때였으니

공연을 보러 가는 길은 늘 조심스럽고 신경 쓰이기 마련이었다.




황사가 심해서 마스크를 꼭 쓰라고 방송마다 재난방송을 하던 때에도 

나는 객기 부리며 마스크 쓰기를 거부했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나갈 수 없었고

공연장에 가려면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했다.

체온을 측정하기 전에 혹여 체온이 높게 나올까 봐 한참을 쉬다 공연장을 들어가기도 했다. 

차갑고 미끈한 손 세정제가 손바닥 가득 내려앉을 때마다

이것이 나를 지켜 줄 방패막이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으니까.




주말 밤 공연을 보고 집으로 오는 길,

지하철이 도착지에 닿을 즈음 혼자만 덩그러니 지하철 안에 남아 있을 만큼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던 때였다.

전쟁이 나도 공연을 보고 싶을 만큼 내가 공연에 중독이었는지,

리뷰를 못쓰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역병의 공포를 앞질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 아마 둘 다 였겠지만 - 지금까지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공연을 보고 리뷰를 쓰고 있다.




내가 아무리 연극을 사랑하고 뮤지컬을 애정하고 전시를 좋아해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는 일은 늘 걱정을 동반한다.

다행히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철저한 방역을 하고 있고 관람객 역시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키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어느 순간 멈춘다거나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에 공연계가 새로운 영역,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아르코 예술극장, 네이버 등이 온라인 공연 서비스를 시작했고 크고 작은 극단들도 이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연극을 공연장에 가서 보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온라인 공연 관람은 더 생소할 수 있다. 그 낯섦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연극을 온라인으로 녹화된 것을 본다고?

뮤지컬을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고?

현장성이 생명인 콘텐츠를 작은 프레임안에서 보면 그 느낌이 살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온라인 공연은 꽤 괜찮다. 

온라인 공연은 현장 공연보다 티켓 가격이 저렴하다.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만 가능했던 현장 공연보다 시간의 여유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관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티켓 구매 후 일정 기간 관람이 가능하다거나 관람 예약일에 시간 제약만 없다거나 

공연 시간 내에만 들어가면 관람이 가능하다거나 하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새로운 형식의 다양한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양한 각도로 촬영된 공연은 객석에서 볼 수 없는 다른 시야를 보여줘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아예 무대가 아닌 야외무대로 확장해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혼자 상상력을 동원해 본다면 언젠가는 디바이스를 이용해서 메타버스 속 공연장에 들어가 연극이나, 뮤지컬, 춤, 음악회를 관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온라인 공연은 새로운 대안이라기보다 공연 무대의 영역 확장이 맞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무대와 관객이 함께 하는 현장 무대는 계속 존재하면 좋겠다. 

공연은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공연장을 가는 과정의 즐거움도 크기 때문이다.




공연을 만들고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하는 창작자들에게는 지나치게 큰 플랫폼의 영향력이나 지불해야 하는 비용 등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전히 관객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온라인 공연의 등장은 관객에게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꼭 공연장을 찾아가야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수 있었지만 집에서 편안한 자세로 대중교통에 시달리지 않고 밖에서 사용하는 부대비용 없이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아직까지는 이미 공연 기간이 지난 공연들이 대부분이라 온라인 극장에서 본 작품을 현장에서 보기는 어렵다. 본 공연 전 온라인에서 미리 공연을 오픈하는 경우도 있고 공연과 동시에 온라인 공연 서비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말에는 나도 공연 한 번 볼까?' 혹은 '연극 한 편 보고 싶은데' 같은 생각을 한다면 온라인 극장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온라인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곳>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https://on.ntck.or.kr/Main



네이버 공연 라이브  http://naver.me/xkjzRLmh


https://tv.naver.com/a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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