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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Jun 14. 2022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했던 새로운 '마타하리'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타하리>

 

            

2016년 마타하리 초연 무대의 기억은 제법 생생하다. 미녀 스파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마타하리에 대한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무대 위에 재현된 마타하리의 환상적인 춤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여기에 마타하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옥주현의 폭발하는 감정과 가창력은 매력의 정점을 찍었다. 대형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뮤지컬 <마타하리>의 무대에 있었다. 그 초연의 무대가 어느덧 5년도 더 된 기억 속에 있었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2016년 초연 당시 3개월 연속 예매 랭크 1위, 개막 8주 만에 10만 관객 돌파, 평균 객석 점유율 90%의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제5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즈’ 3관왕,‘제1회 뮤지컬 어워즈’ 2관왕에 이어 ‘제12회 골든티켓 어워즈’에서 대상까지 작품성과 흥행 모두를 거머쥐었다. 2022년 EMK오리지널 첫 작품, 뮤지컬 <마타하리>는 완벽하게 새로운 <마타하리>로 돌아왔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드라마 같은 삶을 살다 간 여성     


무대는 ‘파리 해부학 박물관’에서 사람들에게 공개될 예정이었던 ‘마타하리’의 머리가 도난당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살아서는 프랑스와 독일 이중 스파이로 몰려 어떤 정확한 증거도 없이 사형 선고를 받고, 죽어서도 가족조차 시신 수습을 거부해 몸은 해부학 시신으로, 머리는 파리 해부학 박물관에 전시되는 기구한 운명의 마타하리. 그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낭만과 로맨틱함으로 가득한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유럽이 평화를 누리며 경제, 문화가 번성하던 시기) 파리의 거리에 남루한 몰골의 한 여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걷고 있다. 길을 지나가던 안나는 이 여인을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이 여인의 이름은 마가레타 G. 젤러.  


   

풍요로운 가정에서 자랐던 마가레타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네덜란드 장교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았지만 이내 아이를 잃고 이혼을 하고 만다. 마가레타는 결국 도망치듯 프랑스로 오게 된다. 안나는 마가레타가 추는 자바 여인들의 춤을 보고 마가레타를 ‘마타하리’라는 새로운 인물로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마타하리는 성스러운 사원의 춤을 통해 세계 최초로 스트립 댄스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가난과 여성이란 굴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 

    

마타하리는 어느 날 운명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비행기 조종사 아르망을 만나게 된다. 태어나 처음으로 평범한 행복을 느끼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낭만의 시대가 끝나고 전쟁이 시작되자 두 사람의 운명에도 조금씩 불행이 드리워진다. 마타하리의 매력에 빠진 프랑스 정보국 라두 대령은 마타하리에게 독일의 정보를 빼 올 것을 강요한다. 설상가상 비행을 떠난 아르망은 돌아오지 않고, 아르망을 찾아 헤매던 마타하리는 모두 라두 대령의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뮤지컬은 사실과 허구를 오고 가며 ‘마타하리’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한다. 초연과 달리 이번 공연은 ‘마타하리’라는 인물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그저 미녀 스파이로 기록된 그녀의 이야기를 파헤쳐 가난과 여성이란 굴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삶을 무대에 올려놓았다. 실제 마타하리에 대한 신문 기록과 전쟁 당시 유럽의 모습들이 역사가 되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작가의 상상과 실존 인물의 기록이 절묘하게 중첩되며 마타하리의 삶에 설득력을 배가시킨다.   


  

이번 시즌 새롭게 탄생한 캐릭터 마가레타는 소녀였던 '마가레타'의 자아를 춤으로만 표현해 낸다. 현재의 마타하리와 내면의 마가레트를 한 무대에 올려 그녀의 인생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새롭게 재탄생된 캐릭터는 마타하리 자신이다. 이전 캐릭터보다 더 씩씩하고 단단해졌다. 늘 약자였던 그녀가 더 이상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은 전 시즌을 통틀어 가장 강인하다.   


       

노래무대서사까지 완벽한 변신을 하다     


뮤지컬 <마타하리>의 백미는 마타하리의 춤이다. 마타하리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은 1막과 2막 시작 등장한다. 강렬한 춤과 원색의 의상, 매혹적인 표정의 마타하리는 단순히 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삶의 절정에서 죽음까지 한 여성의 치열했던 여정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 등장하는 ‘가수’와 앙상블의 군무는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파리의 거리, 화려한 마타하리의 거실, 신비로운 마타하리의 공연 대기실 등 섬세한 무대가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전장으로 떠난 남자들과, 집에 홀로 남은 여자들이 함께 노래하는 무대는 회전하는 전쟁터와 아파트 무대 장치를 통해 전쟁 당시를 실감하게 한다. 뮤지컬 <마타하리>를 말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에 의상이 있다. 마타하리가 공연마다 입고 나오는 의상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붉은 드레스부터 마지막 사형집행 순간 입고 있는 드레스는 마타하리의 삶을 박제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옥주현, 솔라, 김성식, 이홍기, 이창섭 등 대한민국 최정상 배우들이 한데 모인 압도적인 캐스팅으로 화제다. 여기에 국내외 최정상 크리에이티브들이 함께 한다. 뮤지컬 ‘데스노트’, ‘보니 앤 클라이드’의 극작가 아이반 맨첼,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웃는 남자’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뮤지컬 ‘엑스칼리버’ 재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권은아 연출, 뮤지컬 ‘레베카’, ‘레미제라블’, ‘팬텀’의 김문정 음악감독, 뮤지컬 ‘스위니토드’, ‘웃는 남자’의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 등이 합류하며 무대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리뷰는 민중의 소리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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