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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May 05. 2020

과거를 묻지 마세요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갔다.

'코로나 19'로 모든 세상이 페쇄 직전까지 갔을 무렵부터 가못했다.

물론 그 이전에는 과도(?)한 애국의 물결때문에 가지 않았다.

광화문은 삶에 찌들어 사는 나에게 작은 해방구였다.

서점이 있고 미술관이 있고 한참을 혼자 걸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곳.

한동안 잃어버렸던 광화문을 다시 찾았고 교보문고를 들렀다.


그 많은 책 속에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14년 베스트셀러 비빔툰이 돌아 온 것이다.

커피가게에 앉아 책을 펼친 순간

책 표지에 적힌 낯익은 이름,

대학선배 이름 세 글자가 있었다.


학창시절에도 워낙 똑똑했던 사람이었다.

대학방송국 선배였고 내 인생 방향을 180도 정도 바꾼 사람. 뜬금없이 운동권 방송을 만든다며 몇몇 후배들을 데리고 나갔더랬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사회에 대한 신념도 의지도 부족했던 내가 어떤 과정으로 그 선배와 함께 하게 되었는 지는 모르겠다. 아쉽지만 이십 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기억하기 싫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커피가게에서 책을 읽지도 못하고 한참을 바라 본 선배의 이름.

추억이기도 했고 원망이기도 했고 고마움이기도 했다. 다시 만난다 해도 주고받을 이야기 한 줌도 남지 않은 과거의 사람이다. 만나면 묻고 싶은 것이 태산같았는데 선배 이름을 본 순간 이제 과거를 과거로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모든 것은 내 선택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후회도 미련도 없이 열심으로 살았다는 것을. 뭐 그런 대단치도 않은 결말을 내고 돌아섰다. 


이젠 진짜 내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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