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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Dec 11. 2021

3의 마법

자, 셋을 세어 보아요




다섯 번째 이야기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일이에요.

첫 아이에 첫 입학이니 얼마나 긴장을 했겠어요.

-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 인사를 잘해야 한다 등등


아이는 제 걱정이 무색하게 학교 생활을 잘해나갔어요.

그런데 하루는 아이가 제게 묻는 거예요.

한 친구가 자꾸 자기를 괴롭히며, 너무 화나서 때려주고 싶다는 거였어요.


저는 아이를 앉혀 놓고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행여나 친구랑 싸울까 봐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 친구가 다시 그러면 하지 말라고 말해. 그리고 세 번만 참아. 그 후로도 계속 그런다면 그땐 화를 내도 좋아. 하지만 꼭 세 번은 참아야 해. 알겠지?


가위바위보 삼 세 판도 아니고 

인생에 반드시 온다는 세 번의 기회도 아닌데 

갑자기 세 번 참으라는 말을 왜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적어도 세 번은 참아보라고 해야 할 것만 같았어요.

마냥 참으라고 하기엔 뭔가 억울하고

그냥 싸우라고 하기엔 너무 비교육적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생각 없이 내뱉은 세 번의 기다림은 꽤 효과가 좋았어요.

다행스럽게 세 번이 되기 전에 아이의 친구는 괴롭힘을 멈췄답니다. 

추측컨데 키도 또래보다 크고 덩치도 컸던 큰 아이가

아주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하니

상대 친구가 되레 놀랐지 싶어요.


그 후 세 번의 기다림은 아이보다 제게 더 쓸모가 컸어요.

성격 급하고 다혈질인 저는 화도 잘 내고 한번 싸우면 끝을 보는 편이었어요.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그랬겠죠.

그날도 아이에게 화가 나서 돌진하려는 순간, 잠시 멈춰 서서 숨을 세 번 크게 쉬게 되었어요.

제가 제 화를 못 견뎌서 그랬는데 신기하게 아까만큼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는 거예요.

순간 내가 왜 화를 냈는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이유를 알아야 혼을 내는데 

그 이유를 생각하느라 아이를 혼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던 거죠.


이젠 홈쇼핑을 보다 구매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도 세 번을 생각해요.

정신과 육체의 독립기였던 두 아이의 대환장 사춘기 때도 '3의 마법'이 저희 가정을 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세 번을 생각하고도 꼭 해야 될 거라 판단되면 그 일을 해요.

반대로 세 번을 생각하고도 확신이 안 서면 하지 않아요. 

아무리 싫은 사람도 내 마음속에 세 번의 기회를 준답니다. 


혹 무언가로 고민을 하고 있거나 누군가에게 화가 나있다면 

'3의 마법'을 사용해 보기 추천드려요.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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