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있어야 할 남편의 이름이 명단에 없었다.
한글을 갓 배우는 아이처럼 이름 석 자를 더듬어 찾았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을 움켜쥐듯,
포기하지 않고 보고 또 보았다.
승진에서 탈락한 날 밤,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텁텁한 공기만 내 가슴을 오르내렸다.
죽은 아이를 붙들고 매달리는 어미처럼,
그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승강기에 실려 올라온 더위가
우리 집 현관 앞에까지 몰려와 문을 두드렸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집 안을 점령한 듯,
마음 속엔 불길이 일었다.
현관 아래 희미하게 찍힌 발자국 하나가
유독 가슴을 파고들었다.
남편이 문을 여는 소리만 들어도 하루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
무탈한 날엔 일정한 간격으로 번호를 눌렀고,
불안한 날엔 비밀번호를 더듬는 소리가 엇박으로 들렸다.
때로는 동료의 부축에 의지한 채 돌아오기도 했다.
그의 정신줄은 그렇게 하나씩 잘려나가,
하늘에 매달린 사다리의 마지막 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정이 넘자 허망함이 밀려왔다.
언젠가는 내려와야 할 산이었지만,
막상 그 끝에 서니 까무룩했다.
“조금 빨리 매를 맞았다”라고 스스로를 달래도,
가슴 속 공허는 메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