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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아 PORA Sep 07. 2021

한강을 가로질러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조금은 추운 여름 10, 마지막

  사람이 가득한 버스가 한강 위 다리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달려간다. 버스 안의 공기는 아늑하게 데워지고 있다. 나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서서 졸린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버스는 이대로 멈추지 않고 영원히 달릴 것 같이 느껴지고, 온통 노랗고 커다란 하늘과 멀리 보이는 한강의 수평선과 이름 모를 산 너머로 해가 떨어진다.

  그 순간 잠이 깨고 나는 알았다. 버스 안의 모두가 하나의 해를 보고 있다. 마치 녹아드는 꿈같았던 버스 안의 모든 것이 갑자기 선명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나이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그 어떤 무엇도 알지 못하지만 같은 해를 보고 있는 이 시간만큼은 하나의 팀이 된 기분이었다. 이후로도 수없이 여러 번 한강을 건너고 또 건넜지만, 그 순간만큼은 잊히지 않고 어김없이 마음속에 떠오르곤 한다. 마치 그날의 동그랗고 따뜻했던 해처럼.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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