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남국의 아홉 번째 밤 04

by 폴아 PORA
18그림_도마뱀.jpg

그날 밤 내내 사막에는 작고 여리고 구슬픈 소리가 한 줄기 들려왔다.

큰 바위에 깔린 도마뱀의 노래였다.

모두들 얘기해

꼬리를 자르라고

꼬리를 자르라고

꼬리를 자르고 떠나라고

난 기억해

그게 얼마나 아픈지

그게 얼마나 쓰라린지

그게 얼마나 곪고 냄새나는지

난 겁이 나

앞으로 꼬리가 안 나면

앞으로 꼬리가 자라지 않으면

앞으로 꼬리가 없이 살아야 한다면

그래도 모두들 얘기해

꼬리를 자르라고

꼬리를 자르라고

내 꼬리를.

지 꼬리도 아니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