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추운 여름 05
그때의 마음은 참 힘들었다. 큰 도시의 모든 것이 시끄러웠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건물, 자동차로 가득한 도로, 덥고 무거운 공기 그리고 이기적인 말만 늘어놓는 사람들까지.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시끄러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가득 찬 생각만으로도 시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잠시 도시를 떠나있어야 했다. 친구가 비워둔 평창의 어느 작은 마을, 작은 집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렇게 무게가 없는 영혼처럼 일주일을 살았다. 아침에 눈이 떠지면 일어나서 바나나와 사과같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을 먹고, 무엇을 가끔 끄적이다가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졸리면 잠을 잤다.
하루는 이런 날이 있었다. 두유를 데워 컵에 따르고 꿀을 한 스푼 넣었다. 두 손으로 컵을 감싸 안아 따뜻한 온도를 느끼며 베란다의 타일 위에 가만히 앉아보았다. 창밖으로 작은 숲이 바람에 아른거리고, 멀리서 누군가 호미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차가웠던 타일은 어느새 내 체온을 닮아 미지근해져 있었다. 이따금 무릎에 얼굴을 묻어 내 숨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먼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고요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