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아 PORA Aug 24. 2021

사고 또 사고 또 사고

조금은 추운 여름 06

  '예술가의 공부 : 미국 국민 화가의 하버드 미술교양 강의'

라는 제목의 책을 우연히 들춰본 적이 있다.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제목이 낚시 같다. 그런데 작가가 벤 샨이라니! 그림 공부를 하면서 벤 샨의 그림이 멋있어서 몇 번이고 본 기억이 있다. 책 안에는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공부가 되는 내용들이 가득가득 차 있었다. 제목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했던 나를 반성하며, 당장 도서관에서 빌려와 한 줄 한 줄 천천히 그리고 정중히 읽어나갔다.

  사건은 몇 개월 후, 문득 서점에서 이 책을 다시 떠올린 순간부터 시작된다. ‘참 훌륭한 책이었지.’라는 생각으로 다른 책 몇 권과 함께 구입해서 집에 보관해 두었다. 이미 한 번 읽었으니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찾아 읽으리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음 번 서점을 찾았을 때, 나는 모든 걸 까맣게 잊고 다시 이 책을 샀다. 집에 오니 똑같은 책이 2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좋은 책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장 인스타 스토리에 ‘무료 나눔 합니다.’라고 올렸는데 멋진 작가 2명이 동시에 나눔을 희망했다. 누구 한 명을 고르고, 누구 한 명에게 주지 않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 둘에게 한 권씩 나눠주고, 나는 다시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책을 다시 사야 해.’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서점을 찾아 그 책을 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사실을 까먹었고, 이번에는 인터넷으로도 그 책을 구입했다. ‘어떻게 똑같은 실수를 쉬지도 않고 계속 할 수 있지? 도대체 다시라는 말을 몇 번이나 쓰는거야?’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나는 정말이지 잘 잊는 성격을 가진 바보이다. 이렇게 또 똑같은 책이 2권 생겼다. 그런데 책을 어디에 두었더라? 나는 그새 잊고 또 같은 책을 사고, 우리 집은 '예술가의 공부'라는 촌스러운 제목의 책으로 가득 차 버릴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저에게 오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