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 만든 맥주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맥주가 취미인 소소한 사람입니다.
맥주가 액체 빵이라 불린다는 걸 혹시 알고 계신가요? 실제로 맥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집트에서 빵을 구운 다음 물에 담가서 자연 발효시켰다는 이야기도 있고, 생각보다 영양소가 풍부해서 수도사들이 사순 기간 동안 물 대신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밀가루가 주재료인 빵처럼 맥주에도 밀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맥주들이 있습니다. 바이젠(Weizen)이라고 하는 종류인데요. 바이젠은 독일어로 '밀'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바이스비어(Weissbier)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바이스(weiß)가 하얗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하더라고요. 밀맥주도 효모의 여과 여부에 따라서 크리스털 바이젠(Kristall-weizen), 헤페바이젠(Hefe-weizen)과 같이 나누기도 하는데 이것은 맥주 빛깔이 탁한지 맑은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Wheat Beer, Blanche, Belgian White)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독일에서는 원재료에 50% 이상 밀을 넣어야 밀맥주라고 할 수 있다고도 하네요. 전통적인 방식의 맥주라서 유명한 브랜드로는 에딩어(Erdinger), 파울라너(Paulaner) 같은 독일 계열 회사에서 많이 만들고 있는 맥주입니다. 아무래도 대표적으로 아실만한 맥주는 벨기에식 밀맥주(Belgian Witbier)인 호가든(Hoeggarden)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호가든은 고수 씨앗과 오렌지 껍질이 들어가기 때문에 향과 맛이 개성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사실 호가든은 현재 OB맥주에서 국내 생산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벨기에에서 수입했다가, 국내 생산하다가 몇 번 바뀌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 호가든 양조장을 설립한 창업자 피에르 셀리스는 양조장에 화재가 난 이후에 브랜드를 AB.inbev에 매각했고 미국에서 다시 양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국 양조장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래도 현재는 창업자의 딸이 자체 브랜드(Celis White)로 미국에서 맥주를 만들고 있다고 하네요. 맥주 창고 같은 곳에 가끔 보이는데 원조 호가든의 맛이 궁금하시다면 한번 도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또 하나 유명한 밀맥주로는 블루문(Bluemoon)이 있는데요. 캔이나 병 라벨에는 Belgian White라고 적혀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벨기에식 밀맥주이고요. 호가든과 비슷한 듯 다른 맛의 맥주입니다. 특이한 것은 오렌지 캐릭터를 강조하는 맥주라서 색도 하얀색보다는 오렌지 색에 가깝고 펍에서 서빙할 때 오렌지 가니쉬를 올리는 것이 기본 룰처럼 되어 있답니다. 괌에 여행 갔을 때 한번 마셔봤는데 나름 어울리는 조합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 블루문 펍이 서울에 오픈했다는 소식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편의점에서 IPA나 진한 맥주 2~3종류와 바이젠을 한 종류 끼워 넣어 4캔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편의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밀맥주로는 제주위트에일, 1664 블랑, 파울라너, 프란치스카너, 에델바이스 등등 바이젠 계열 맥주가 꽤 종류가 많습니다.
다음에 편의점에 들르신다면 안 드셔 본 새로운 밀맥주를 한 번 드셔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