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사는 잘 지으셨나요?

조금은 허탈한 평가 시즌

by 설온우

평가 시즌이다. 우리 회사가 조금 이를 수도 있지만, 연말이 곧 다가오고, 평가에 따라 연말 상여금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지금쯤 시작했거나 열심히 평가 준비를 하고 있을 듯하다.


얼마 전, 기사에서 삼성의 평가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봤다. 고 이건희 회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인가? 소수의 엘리트가 낸 성과는 다수를 배부르게 한다. 하지만 이번 성과 시스템에 대한 변화는 하는 일 없이 월급만 가져가는 자! 사라져라! 였다. '얼마나 공정하게 평가해서 반영할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삼성인데...... 우리 회사보다는 낫겠지' 하며 괜히 씁쓸해해 본다.


사실, 이 회사는 평가가 객관적이지는 못하다. 얼마 전까지 내가 어떠한 근거로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공개조차 되지 않았던 곳이고, 매해 몇 번씩 익명게시판에 올리고, 팀장, 소장님께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고 수십 번 말했더니, 몇 년 전부터 피드백이라고 하는 게 달랑 점수 오픈!! 하...... 이럴 때마다 이 회사......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이래 놓고 엄청난 걸 해줬다는 듯 생색이다. 정말.)


모두 공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 사실 모두가 만족하는 평가가 있을 수는 없지만, 리더들과 이야기해보면 자꾸 이 말로 모든 걸 덮으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사실 피 평가자들도 완벽한 평가를 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조금 불합리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다면 어느 정도는 인정할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이렇게 접근하지 않을까?


'아.... 이번에는 조금 손해 본 것 같지만 이미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된 거니까...... 다음에는 부족했던 부분을 더 신경 써야겠다.'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부 회사들은 이 기준을 오픈하는 것에 대해 아주 민감해하기도 한다.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 바로 평가다. 기준이 오픈되어 있지 않으면, 본인들이 얼마든지 휘두를 수 있는 부분이고, 이렇게 휘둘러지면서 발생하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직접 목격해왔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리더들의 속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왕에 다홍치마라고...... 비슷한 능력이면 정이 가는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겠지...... 그리고 이런 게 팀장의 권한이라고 오해할 수 있겠지....... (그래도 그러지 맙시다!!)


기준이 명확한 회사였던 전 직장에서도, 그 안에서의 불만은 늘 있었다. 팀장이 이뻐하는 특정 사람은 늘 평가를 잘 받았고, 직급의 차이를 연봉이 역전하는 모습을 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준이 명확하다 보니, 야근을 하든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고, 그분은 늘 업무로 가득한 인생을 살긴 했다.


하지면 이곳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업무시간에 핸드폰을 바라보는 시간이 절반을 넘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한번 어떤 자리에 오르면 그냥 고인물이다. 절대 뒤로 돌아오는 일은 없다. 그래서 조금 더 억울하다.


그럼에도, 후배들에게 계속 평가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자기가 자기 평가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뿐더러, 본인도 스스로의 기준을 자꾸 낮춘다. 낮아진 기준은 다시 높아지기 어렵고, 그렇게 자신에게 관대한 잣대를 갖게 된다. 보통 이런 사람들이 남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마련이니, 이런 고생은 나의 시대에서 끝내고 말리라. 파이팅......

(힘이 안 난다. 할 수 있겠지??)


이렇게 또 헛헛한 평가 시즌이 흐른다. 어떤 이는 만족을, 대부분은 아쉬움이 남는 한해겠지만, 그래도 올 한 해 잘 버티지 않았나! 모두들 수고하셨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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