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차이

'요즘 애들은 열심히 하는 놈이 없어'

by 설온우

'요즘 애들은 회사에서 열심히 하는 놈이 없어'

얼마 전, 어느 팀장과 이야기하는 중에 들었던 말이다. M세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우리도 모두가 열심히 한건 아니었잖아요. 후배들도 열심히 하는 사람, 아닌 사람이 있겠죠'

라고 눈치를 줬지만, 과연 눈치라고 받아들였을지는 의문이다.




40대지만, 분류를 따져보면 난 M세대에 속한다. 겨우 턱걸이이라 민망하긴 하지만..... (뭐야? 나 MZ세대였어?) 00학번으로 99학번들과 확실한 선을 그었던 세대다. 밀레니엄 학번이라 스스로를 명명하며, 9로 시작하는 그들을 엄청 구세대인 양 대했다. 새로운 세대라는 말은 자판기처럼 누르면 튀어나왔다. 1년 차이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랬을까 싶지만, 그땐 엄청난 듯 굴었다.


우연히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찾아봤더니, 내가 MZ에 속할 줄이야....... 이제야 내 성향이 조금 이해되기 시작한다. 첫 회사가 평생직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사하기 전부터 느끼고 있었고, 개인의 발전이 회사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했으며, 노동력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음을 피부로 느끼는 세대가 맞다. 그렇다고 이 넓은 부류의 끝에 서 있는 내가 '그래! 난 MZ세대야!'라며 당당히 말할 수 없는 부분은 많다.


우선 접근한 미디어가 다르다. 지상파라 불리는 TV 외에 다른 미디어가 전무한 상태에서 고등학교까지 보냈고, 대학에 가서야 겨우 지금의 수준보다는 아주 낮은 온라인 미디어를 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윗 세대들이 부류를 나누고 묶고 하는 것에 조금 익숙하다. 팀장도 저런 이야기가 고민 없이 튀어나오는 이면을 살펴보면 이런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사람이 동일한 정보를 접하던 시대고, 이는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에게는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 쉬운 환경이었으리라. 유사한 부분으로 분류해서 묶어놓는 것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또 하나는, 무엇인가를 포기할 정도의 세대는 아니었다. IMF 시기에는 학비가 없어서 학교에서 준 장학금으로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이것이 부족함으로 남지 않았고, 삶이 불안으로 물들지 않았다. 그냥..... 사업하는 부모님을 만나 겪는 특별한 이벤트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MZ세대인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불안이란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뉴스에서는 사회의 불공정함, 고용과 소득, 주거 불안 등의 이유를 대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그들이 불안해하는 것일까?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밀 때도, 월급만으로는 서울에 집을 갖기 불가능했고, 취업 전쟁이라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흐르던 시대였다. (대기업 입사를 축하한다고 대문짝만한 현수막이 학교 정문에 걸릴 때다.) 지금보다 더 불공정했으면 했지, 공정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취업을 준비하던 친구들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기대감의 향기가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시선의 차이가 불안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난 내가 취업하기 힘든 건, 내가 그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면접에서 떨어지면 공정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이 사회의 시스템을 탓하기 전에, '내가 못했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 세대는 비판적인 시선이 탑재된 존재인 듯하다. 아주 좋은 시선이고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시선이지만, 한편으로는 불안 회로가 아주 쉽게 돌아가기도 한다.


취업하기 힘든 이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당락의 결정이 반드시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거다. 하지만 그것을 올바르게 바로잡기에는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에, 이전 세대가 느꼈어야 하지만 느끼지 못하고 넘어간 일들을, 그들은 뜨겁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불안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 나처럼 불합리함을 눈치채지 못했던 사람들이 하지 못한 일을 그들은 해낼 거다. 비판적인 시선과 판단이 그들을 한층 높은 수준의 세상으로 안내할 테고, 그런 그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었을 때가 너무나 기대된다. 그러니 불안의 공포에 쫓겨 성급한 판단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 때는 발을 내딛는 바로 앞만 보고 가기도 하고, 가끔은 쉬기도 하는 것이 뒤쳐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윗 세대라 불리는 사람들도 그들을 좀 이해하자. 가정과 회사에 동시에 급한일이 있다면, 당신들은 가정을 버리고 회사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나? 그들은 살아온 환경 자체가, 그리고 매 순간이 이런 선택일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의 상황은 윗 세대에서 그들에게 물려준 것 아닌가! (안 그런가요? 모 팀장님!! 눈치채셨길 바랍니다.) 최소한 본인들의 탓은 아니라고, 그들만의 문제라고 뒷짐만 지는 비겁함은 보여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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